'WTO 한판승' 주도 정하늘 과장 "호텔 워룸서 뒤집기 치밀 대응"

입력 2019-04-12 14:11  

'WTO 한판승' 주도 정하늘 과장 "호텔 워룸서 뒤집기 치밀 대응"
검정고시·미국 통상변호사·이종격투기·청해부대 파견 이채 경력
"1심 졌는데 뒤집은건 기적에 가까워…국민 먹거리 안전 관심에 부담"



(세종=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항소심에서 1심 패소를 뒤집기 위해 작년 말 제네바 호텔에 워룸(War Room)을 차려놓고 3주간 20여명이 거의 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뮬레이션을 해가며 대응한 보람이 있다."
이번 WTO 최종심에서 승소를 이끌어 낸 최대 공신인 정하늘(39) 산업부 통상분쟁대응 과장은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동료 변호사가 이번 소송을 뒤집어 이기면 '미라클'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통상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해 4월 특채된 정 과장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항소기구중 하나인 WTO 항소위원 3명을 설득하기 위해 그만큼 우리가 치열하게 대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며 '기적 같은 역전승' 평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서 위생 및 식물위생(SPS) 주요 소송에서 우리 같은 피소국이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고 1차 사실심에서 워낙 불리하게 졌기 때문에 최종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재판 대응 과정에서 2주 만에 눈 안에 갑자기 종양이 생겨 귀국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특히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대한 관심도 부담 아닌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정 과장은 이번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앞서 1심이 일본 식품 자체의 유해성만을 근거로 판결을 내린 점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환경이 일본 식품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검역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당한 권리임을 부각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식품 400∼500개 표본검사만 제대로 해 위험성이 없다면 한국산과 유럽산에 비해서도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은 수입 식품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고 일본에 대한 자의적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2심은 사실관계보다 법적 논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우리 조치가 정당하다는 확신을 갖고 항소위원들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설득하는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항소심 판정이후에 다시 제소할 가능성에 대해선 "부분적 절차의 투명성은 우리가 좀더 높이겠지만, 이 건 자체는 최종판결이 나온 이상 더 이상 일본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 서울서 자란 정 과장은 몸이 약해 합기도 같은 운동을 하느라 검정고시를 봤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교 철학·정치학과를 거쳐 일리노이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며 법학전문석사(JD)를 딴 뒤 워싱턴DC에서 통상전문 변호사자격증도 획득했다.
대학 시절 이종격투기를 했다는 그는 군복무 시절 소말리아에 파견되는 청해부대 2진으로 가 사령관 법무참모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나름 큰일에 기여하고 싶었고 국제법과 국제통상을 공부했기 때문에 무력충돌법과 인권법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이 국내 통상분쟁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정부에 들어오게 된 것도 통상분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을 보고 이를 최일선에서 겪는 게 흥미롭고 국익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도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전문 변호사를 외부에서 특채해 이번 소송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의 전문적 능력이 크게 신장됐다"며 특별히 정 과장의 공로를 언급했다.
정해관 협력관은 "상소기구가 낸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측 주장과 거의 대동소이하다"며 "상소기구가 우리 주장과 이의 제기 부분을 적절하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정 과장은 "다른 부서랑 협업하면서 알게 된 건 민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중앙행정기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며 "이건 제가 공무원이 됐다 해서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다. 다들 늦게까지 일하고 치열한 고민을 해가는 과정에서 나름 변호사 실력도 향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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