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유교철학이 근대 서구문명을 낳았다"

입력 2019-04-12 17:21  

"동양 유교철학이 근대 서구문명을 낳았다"
황태연 교수가 쓴 '공자철학과 서구 계몽주의의 기원'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치학자이면서도 역사학과 동양철학에 큰 관심을 보인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800쪽이 넘는 책 두 권으로 이뤄진 신간 '공자철학과 서구 계몽주의의 기원'을 펴냈다.
황 교수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이었던 2017년 고종이 경복궁을 빠져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향한 사건을 정치적 망명으로 규정하고, 대한제국이 근대화를 이룬 나라였다고 주장한 저서를 잇달아 출간했다.
이어 지난해 발간한 '한국 근대화의 정치사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중심이 된 사상은 어디까지나 유교였으며, 서구 근대화의 사상적 기원 역시 기독교가 아니라 유교라는 파격적 견해를 선보였다.
'공자철학과 서구 계몽주의의 기원'은 이 같은 생각을 더욱 심도 있게 논증한 책이다. 르네상스도, 계몽주의도 모두 동양 공자철학에 뿌리를 둔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민본주의와 권력 분립적 제한군주국을 지향한 유교문명이 유럽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기를 13세기로 본다. 유교의 서천(西遷)으로 유럽은 암흑기 같은 중세를 벗어났고, 소생한 물질적 토대 위에서 문예부흥 운동인 르네상스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어둠침침하고 육중한 질감과 심각한 기질의 예술 풍조인 바로크 또한 중국적 풍미와 문화가 중세 유럽의 무거운 정조와 뒤섞여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념의 바탕에는 중국이 송나라(960∼1279) 시기에 이미 낮은 단계의 근대국가에 도달했고, 11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극동의 경제적 풍요를 촉진한 사상이 공자와 맹자의 경제철학이었다는 판단이 있다.
서구적 근대 또는 보편사적 차원에서 '높은 근대'(High Modernity)의 모태는 유교적 근대라고 거듭해서 강조하는 저자는 서양 계몽철학자들이 공자철학과 극동문화를 계몽주의의 본질 구성적 요소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들의 독창적 사상을 검증하는 사례나 이 사상을 비춰보는 거울로만 이용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극동 유교국가들이 잠시 공자철학의 근대적 활용에 게을렀던 탓에 지난 100년간 서구에 휘둘리는 역사적 징벌을 받았지만, 이제는 높은 근대로의 도약에 성공했다고 진단한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은 신선하고 독특하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단선적 발전론으로만 이해하고 문명의 독자성은 고려하지 않는 듯한 시각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청계출판사. 총 1천680쪽. 각권 4만8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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