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서는 도서관 무인단말기가 에베레스트산 같아요"

입력 2019-04-13 08:01  

"휠체어에서는 도서관 무인단말기가 에베레스트산 같아요"
서울대 장애학생 간담회…카펫에 가린 점자블록 등 개선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휠체어 타고 학교 안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바라보는데, 마치 에베레스트산 같았어요."
지난 12일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개최한 '2019학년 제1차 장애 학생 간담회'에서 서울대에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들은 캠퍼스 안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이모(20) 씨는 "학교 도서관과 카페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너무 높아 손이 닿지 않는다"며 "주변 도움을 받지 않고는 커피 하나 시키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간담회에는 이씨 외에도 지체장애, 발달장애, 시각장애가 있는 장애인 학생 6명과 학부모, 총학생회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해 대학 본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한 학생은 "서울대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기숙사로 가는 길 중간에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험하다"며 "점자블록 위에 카펫이 깔려 있어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장애인 화장실이 불투명 유리로 돼 있어 이용자의 실루엣이 보이거나, 장애인 화장실에 청소도구가 쌓여있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입학전형이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대 음대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인 이모(25) 씨의 어머니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이 음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데 입학 영어성적 기준이 비장애인 학생과 똑같다"며 "3년째 학교에 개선을 요구하는데도 변화가 없어 졸업을 유예하고 영어 공부 중"이라고 호소했다.
학부는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해 영어성적 부담이 덜했으나 정작 같은 전공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는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숙사 생활에서 장애인의 특수한 여건을 고려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대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 황윤하 대표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한 중증장애인 학생은 2인실에서 어머니, 룸메이트와 함께 셋이 지내고 있다"며 "기숙사 측에 도움을 구했지만, 이번 학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비장애인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로 당장 해결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학사과와 교무과 등 다른 부서와 협력하며 장애 학생들의 이동권과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총 75명(학부 52명·대학원 23명)의 장애학생이 재학 중이다.
장애 유형별로는 지체장애(36명) 학생이 가장 많았고 이어 청각장애(18명), 시각장애(9명), 자폐성장애(5명), 지적장애(3명) 등 순이다.
서울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분기마다 장애학생간담회를 열고, 장애학생과 학부모,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나온 장애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교내에 휠체어 통로와 장애인 주차구역을 설치하는 등 여러 조처를 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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