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프간·탈레반 비협조로 성공적 조사·처벌 어려워"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부는 12일 ICC 검찰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아프간 반군인 탈레반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조사착수를 요청한 것을 기각했다.
헤이그에 있는 ICC는 이날 발표문에서 "ICC 재판부는 현시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ICC는 의혹의 조사 대상인 미국과 아프간 당국, 반군인 탈레반 등이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조사와 처벌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며 이같이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와치(HRW) 등은 중대한 전쟁범죄로 어려움을 겪어온 희생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ICC 검찰의 파투 벤수다 검사장은 지난 2017년 11월에 아프간에서 지난 2003년 5월부터 벌어진 미군과 아프간 정부, 반군인 탈레반의 성폭행, 포로 살해 등의 전쟁범죄 의혹에 대해 조사할 권한을 ICC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ICC는 다만 이번 결정에서 벤수다 검사장이 아프간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조사착수를 요청한 것에 대해 ICC가 관할권을 갖고 범죄 여부를 따져볼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인정했다.
ICC 검찰측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에 대해 더 분석해보고 가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ICC 재판부의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 달전에 아프간이나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미군의 전쟁범죄나 다른 인권유린 의혹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ICC 직원의 미국 방문 비자를 철회하거나 거부하겠다고 밝힌 뒤 나와 주목된다.
실제로 최근 벤수다 검사장은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미국 방문 여권이 철회돼 방문이 무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벤수다 검사장은 앞서 아프간과 다른 지역에서 지난 2003~2004년에 미군 및 정보기관이 분쟁 관련 구금자들에게 강간과 성폭행, 고문,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잔인한 처벌 등을 저질렀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탈레반을 비롯한 반군 세력은 지난 2009년 이후 민간인 1만7천명 이상을 살해했으며 아프간 정부군은 정부의 구금시설에 있는 수감자들을 고문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ICC는 전쟁·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심리·처벌할 목적으로 지난 2002년 설립됐으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2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회원으로 가입해 있지 않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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