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대사관서 스케이트보드…상의만 차려입고 TV 인터뷰

입력 2019-04-15 16:48  

어산지, 대사관서 스케이트보드…상의만 차려입고 TV 인터뷰
엘 파이스, 전직 에콰도르 대사관 보안요원 10여명 취재
도청 우려해 변기 수리공 4천 유로 주고 스페인서 불러와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대사관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상의만 입고 TV 인터뷰를 하는 등 괴상한 행동을 했다고 전직 보안요원들이 털어놨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어산지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2012년 6월부터 어산지를 감시한 보안요원 10여명을 취재한 내용을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안요원들은 스페인 카디스의 사설 보안업체 'UC 글로벌' 소속이며, 2012년 당시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국가정보부(Senain) 예산을 활용해 어산지를 보호하는 동시에 감시하도록 고용했다.
보안요원들은 어산지를 '손님'(Guest) 또는 '엘 줄리'(El Juli)라고 불렀다.
엘 파이스는 어산지가 대사관 안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복도에서 공을 차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어산지가 방안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는 법을 연습하는 동영상도 입수해 공개했다.
또, 어산지가 TV 인터뷰를 하면서 허리 윗부분만 옷을 차려입고, 화면에 안 보이는 하의는 속옷 차림인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산지는 밖으로 못 나가는 대신 수백 명의 방문객을 대사관에서 만났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배우 존 쿠삭,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아내인 오노 요코와 아들 션 레넌,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이 대사관으로 음식을 가지고 찾아왔다.
대사관은 어산지의 방문객을 이틀 전에 신청을 받아 허가하는 업무를 했기에 끊임없는 방문객에 불편함을 느꼈고, 미리 약속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보안요원들은 전했다.
한 보안요원은 "대사관 직원들은 어산지에 대한 특집 기사와 인터뷰에 지쳤다"고 말했다.
어산지의 생일파티가 열린 날에는 여장 남자(drag queen)인 친구가 대사관으로 왔는데, 정교하게 만들어진 의상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몰라 경호팀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울러 보안요원들은 어산지가 화장실을 사용한 뒤 더럽게 내버려 두는 일이 종종 있었고, 환풍기도 없는 작은 주방에서 스튜를 만드는 등 뒤치다꺼리할 일이 많아 대사관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2016년 어산지가 사용하는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나자, 도청장치 설치를 우려한 보안업체가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수리공을 나흘간 4천 유로(512만원)를 주고 데려온 일도 있다.
이 수리공은 2015년에 UC 글로벌에서 4개월 반 동안 보안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기에 신뢰를 받았다.
엘 파이스는 어산지가 대사관에 갇혀 지내면서 정신적으로 괴로워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발을 끌기 시작했고 시력에도 문제가 생겨 초점을 맞추지 못해 의사가 "먼 곳을 바라보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UC 글로벌 소속 보안요원들은 2017년 에콰도르 대통령이 레닌 모레노로 바뀌면서 어산지 보호·감시 업무가 종료됐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 보호·감시에 500만 달러(약 54억원)를 썼다고 추정했다.
한편, 어산지의 아버지인 존 쉽튼은 "아들이 대사관에서 경찰관들에게 끌려 나올 때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74세인 내가 47세인 아들보다 나아 보인다. 충격적이다"라며 아들을 호주로 데려올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들은 오랫동안 감옥 같은 곳에서 지냈다. 모든 곳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화장실조차 갈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어산지는 2010년 미국의 기밀문건을 대거 폭로한 뒤 1급 수배를 받은 상태로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망명 생활을 했으나, 이달 11일 에콰도르가 보호조치를 철회하면서 대사관으로 진입한 영국 경찰관들에게 체포됐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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