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영화' 흥행 계보 이을까…'나의 특별한 형제'

입력 2019-04-21 14:23  

'착한 영화' 흥행 계보 이을까…'나의 특별한 형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두뇌는 비상하지만, 전신이 마비된 형 세하(신하균). 뛰어난 수영 실력을 지녔지만, 생각은 5살 아이에서 멈춰버린 동생 동구(이광수).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간 서로의 몸과 머리가 돼 한 몸처럼 붙어 다닌 특별한 형제다.
이들을 돌보던 신부가 세상을 떠나자, 형제가 살던 시설은 폐쇄되고 형제는 따로 떨어져 살아야할 처지에 놓인다.
세하는 구청 수영장 알바생 미현(이솜)을 수영코치로 영입해 동구를 훈련해 수영대회에 내보내려 한다. 상금도 타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시설 폐쇄를 막기 위해서다. 결국 세상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지만, 이들 앞에는 뜻하지 않은 복병이 나타난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휴먼 코미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봄날 같은 영화다. 두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워 휴머니즘을 전한다.
약점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약점을 보완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동안 '형'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장애인을 다룬 영화가 여러 편 나오긴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실화라는 점에서 감동을 더한다. 실제로 10여년간 한 몸처럼 붙어 다닌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두 사람은 1996년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만나 친형제처럼 생활했다. 2002년 광주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한 최 씨를 위해 박 씨가 4년간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을 함께 다니며 책장을 넘겨줬고, 그 덕분에 최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고 한다.

신하균과 이광수의 '케미'도 재미를 끌어올린다. 신하균은 몸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명석한 두뇌와 속사포 말투를 지닌 세하를 연기했다. 그런 세하 옆을 하루 24시간 지키며 손발이 돼 주는 동구 역은 이광수가 맡았다. 둘 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로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시너지를 낸다.
두 형제를 비롯해 극 중 인물들은 하나같이 선하다. 두 형제 곁을 지키는 취업준비생 미현부터 형제를 위해 제집을 내주는 사회복지공무원(박철민), 술잔을 입에 달고 살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박신부(권해효) 등 온통 착한 사람들이 나와 착한 메시지를 전하는 '착한 영화'다. 너무 착해서 현실감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 '방가?방가' 등을 만든 육상효 감독 신작이다. 그는 "강자는 혼자서 세상을 살지만, 약자는 함께 살아간다"면서 "약한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어서 사실은 강자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한국영화 흥행 키워드는 '착한 영화'다. 지난 1월 유해진·윤계상 주연 '말모이'가 286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포문을 연 데 이어 정우성·김향기가 출연한 '증인'(253만명), '항거: 유관순 이야기'(115만명) 등 따뜻한 메시지나 감동이 있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 이야기를 다룬 '생일'도 21일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외 신작 영화 개봉에도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현재까지 4월 개봉작 가운데 유일하게 100만명을 넘었다.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뷰티플 마인드'도 지난 18일 개봉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손미 감독과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고 류장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이다.
사형수가 된 아들과 아들의 구명을 위해 탄원서를 쓰는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크게 될 놈'(18일 개봉)도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절절한 모성애를 직설적으로 그려 심금을 울린다.
영화계 관계자는 "사실 '착한 영화'는 심심하고 밋밋하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한국영화에 지친 관객들이 잠시나마 힐링을 얻고 싶어서 착한 영화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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