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비핵화 모범국" 지목…北核해법에 '카자흐 모델' 뜨나

입력 2019-04-21 17:12   수정 2019-04-22 07:01

文대통령 "비핵화 모범국" 지목…北核해법에 '카자흐 모델' 뜨나
카자흐 도착 첫 일성…카자흐·美 '핵폐기 vs 비핵화 비용·경제지원' 동시화
北, '비자발적' 핵보유 카자흐와 달라 적용 가능성 낮다는 지적도
카자흐 모델 기반해 '美 빅딜-北 단계론' 절충한 새로운 案 구상



(알마티=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구(舊) 소련 해체 과정에서 핵을 보유했던 카자흐스탄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라고 칭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으로 이른바 '카자흐스탄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이기도 한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경험이 있는 카자흐스탄에 도착하자 마자 첫 일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이다.
하노이 담판 결렬을 기점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지며 중대 고비를 맞은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언급은 여러 함의를 지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과 북한이 하노이 담판에서 '일괄 타결 방식'과 '단계적 해법'이라는 방법론을 두고 결국 '노딜'을 초래한 것을 반추해 볼 때 카자흐스탄 모델의 핵심 내용이 북미 간 새로운 해법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카자흐스탄 모델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 발의한 '넌-루가 법'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벨라루스는 소련 붕괴로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 됐다. 넌-루가 법은 이들 국가의 핵무기·화학무기·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신생 독립국이 된 이들 국가에 대한 외자 유치 등 경제적 지원도 포함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4년 동안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이들 국가에 지원해 수천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동시에 핵 개발에 동원된 과학자들의 전직(轉職)을 위한 훈련과 직장 알선 프로그램도 동시에 제공해 이들이 가진 핵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다른 곳으로 유출되지 못하게 했다.
한마디로, 핵 보유국의 핵무기 및 관련 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에 폐기 비용과 경제적 지원을 위한 자금을 대주는 형식인 셈이다.
작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한미 당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을 논의하면서 바로 이 카자흐스탄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시 이 모델에 상당 부분 관심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델을 한반도에 대입하면,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제반 시설 폐기를 약속하고 미국은 이에 드는 모든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물론 비용적인 측면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일본·러시아 등 유관국이 관여할 수도 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에 외자를 비롯한 경제적 지원을 일정 부분 진행하고, 이와 맞물려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별 보상안을 일정하게 쪼개 제공하는 식으로 카자흐스탄 모델을 변경·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런 가정이 가능해지려면 북미가 현재의 입장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야 한다.
일단 미국은 사실상 리비아 모델에 가까운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 주장을 거둬들여 일괄적이든 단계적이든 '상호 동시 조치' 방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완전한 핵폐기'라는 큰 그림의 합의를 전제로 북한 내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공개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모델 언급은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설계도를 함께 그린 뒤 이를 추동하려는 이른바 연속적인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포스트 하노이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우즈베키스탄 하원 연설에서 "중앙아시아 비핵화 선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교훈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카자흐스탄 모델은 핵 보유 당사국이 비자발적이었다는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핵 강국의 길로 걸어온 북한에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체제보장과 경제적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성을 지닌 북한이 순순히 양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그간 중단했던 대미 비난을 시작했고, 급기야는 미국의 대북 비핵화 협상팀장 격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파트너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터다.
꼬이는 상황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톱다운' 방식으로 상황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4·12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4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찾고, 이를 토대로 북미 간 실무대화를 재가동해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과거 카자흐스탄 비핵화 과정에 관여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비핵화 노하우를 공유한다.
honeybee@yna.co.kr,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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