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몰락…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입력 2019-04-22 14:56  

아저씨의 몰락…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야마구치 슈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연륜과 통찰력으로 모범이 돼야 할 중년 남성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아재' 혹은 눈꼴사나운 언행을 일삼는 '꼰대' 취급을 받는 시대다.
하지만 중년 남성이라고 무조건 '아저씨'는 아니다. 아저씨, 그들은 누구인가.
베스트셀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야마구치 슈는 신작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한스미디어)에서 이렇게 정의했다.
▲ 오래된 가치관에 빠져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한다. ▲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고 기득권의 이득을 놓지 않으려 한다. ▲ 계층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랫사람을 우습게 여긴다.
그는 아저씨가 이 지경이 된 이유를 진단하고, 어떻게 하면 아저씨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자기도 모르게 아저씨가 된 이들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50~60대 아저씨들은 고도 성장기인 1980년대에 20~30대를 보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 이제 그런 환상은 무너졌지만, 아저씨들은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저자는 일본을 예로 들었지만, '아저씨의 몰락'은 한국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세대론을 떠나서도 아저씨의 쇠퇴는 필연적이다. 아저씨의 쇠퇴는 조직 쇠퇴와도 연결된다.
저자는 "조직의 리더는 구조적으로, 운명적으로 시간이 경과하면 쇠퇴한다"며 조직과 리더의 쇠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을 일류, 이류, 삼류로 구분하면, 삼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현대 조직에서는 다수인 삼류가 지지하는 이류가 큰 권력을 얻는다. 삼류들은 이류를 일류로 착각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때문이다.
이류는 진정한 일류가 누구인지 알지만, 권력을 손에 넣으면 일류를 말살하려 한다. 이류 지도자가 은퇴하면 그들에게 아부하던 삼류가 권력을 가진다.
결국 세대가 바뀔 때마다 조직과 리더의 능력은 점점 쇠퇴한다. 조직이 크고 오래될수록 쇠퇴 속도와 범위는 커진다.
100세 시대이지만 다수가 40대 후반에 직장을 잃는 가혹한 현실도 문제다.
저자는 "그저 눈앞에 있는 상사에게 받은 일을 사회적 의의나 도덕적 시비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열심히만 일하는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바로 교양도 도덕관도 없는 쇠퇴한 아저씨를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연장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빨라진 사회 변화, 정보의 보편화, 수명 연장 등으로 연장자의 가치 하락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그렇다면 이대로 아저씨의 쇠퇴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저자는 "아저씨가 빛나지 않는 사회는 좋아질 수 없다"며 아저씨들을 응원한다.
그는 연장자가 조직이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권력을 내세우지 않고 부하 직원들을 지원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제안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저자는 시간이 가도 노화하지 않는 지혜인 교양을 쌓고, 의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계속하라고 강조한다.
많은 아저씨가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10년 반복한다 해도 10년의 경험이 아니다. 1년의 경험을 계속 반복하는 셈이다.
쇠퇴한 아저씨들에게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청년 세대에게는 두 가지 무기를 건넨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의견'과 권력자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이탈'이다.
그는 "의견 제시도 이탈도 하지 않는다면 불합리한 일에 가담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판 없이 일하는 습관이 쇠퇴한 아저씨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는 언젠가 쇠퇴한 아저씨가 될 후보군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적으로 게으른 습관이 수십년 동안 계속되면 다음 세대는 현재 '쇠퇴한 아저씨'보다 더 저하된 '좀비 아저씨'로 사회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책 읽기를 권한다.
이연희 옮김. 248쪽. 1만5천원.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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