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내 최장기 콜텍 노사분규가 남긴 교훈

입력 2019-04-23 14:55  

[연합시론] 국내 최장기 콜텍 노사분규가 남긴 교훈

(서울=연합뉴스) 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례인 콜텍 분규가 23일 합의문 조인식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13년, 일수로는 장장 4천464일간 조합원들의 지난한 싸움 끝에 이뤄낸 결과다. 복직 투쟁을 벌여온 조합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끝까지 싸운 3명은 다음 달 복직시킨다. 이들은 한 달간 '명예복직' 후 곧바로 퇴직한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치겠지만 뒤늦게라도 보상을 받아서 다행이다. 부당 해고에 맞서 싸워 이긴 분투는 공생을 지향해야 할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

콜텍 사태는 지난 시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노동자 기본권 침해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고도성장과 이윤 추구 우선의 사회 풍조 속에서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였다. 콜텍 사태에서도 비용 증가를 이유로 현장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업체로, 전자기타와 통기타를 각각 제조한 콜트악기와 콜텍 등 2개의 공장을 두고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인정받으며 한때 세계 기타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비용 증가 등 경영상의 이유로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이전하면서 잇따라 노동자 집단 해고를 강행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정리해고에 따른 것이다. 기업이 긴박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윤만을 우선시하며 기본권인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처사였다.

노동자 분신시도 사태까지 치닫는 처절한 상황까지 초래됐지만 노사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고 싸움은 법정으로 갔다. 노조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009년 11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3년 뒤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납득이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때 일어난 일이다. 지난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양 대법원장 체제의 재판거래 정황에 콜텍 사건을 포함하면서 대법원판결은 정당성을 잃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하고 노동자 생존권을 가볍게 여긴 데다 재판거래까지 개입된 부조리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기업이 노동자의 기본 생존권을 소홀히 하며 합당치 않게 해고한 사례는 콜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KTX 승무원과 쌍용차 노동자의 복직이 있었고 올해 초에는 굴뚝 농성을 벌인 파인텍 조합원들이 426일 만에 지상에 내려올 수 있었다. 노동자 권익 보호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제2, 제3의 콜텍 조합원이 없는지 늘 살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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