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미술관, 감시 주제로 한 기획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쉬빙·한경우·에반 로스 등 국내외 작업 소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잠자리는 2만8천 개의 홑눈을 갖고 있다. 그 눈은 초당 4만 번 깜빡거린다. 주변을 낱낱이, 쉼 없이 살피는 잠자리 눈에서 중국 출신의 저명한 현대미술가 쉬빙(徐氷·64)은 현대인을 감시하는 CCTV를 떠올렸다.
25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상영될 '잠자리의 눈'은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 녹화분을 토대로 한 영상이다.
쉬빙은 2017년 중국 감시카메라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1만 시간 분의 영상을 일일이 보며 일부를 추렸다. 주인공이 칭팅(잠자리라는 뜻)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더해 81분 길이의 영화로 제작했다.
미술관 상영을 위해 9분 14초로 압축된 작품은 인간사 천태만상을 보여준다.
강에 몸을 던지는 여성, 성형수술을 앞둔 수술실, 활주로에서 폭발하는 비행기 등 대부분은 연출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우 자극적이다. 어둠 속에서 이를 보는 관람객은 장면마다 섬찟함을 느낀다. 동시에 너무나 무심히, 낱낱이 현장을 비출 뿐인 '잠자리의 눈'을 실감한다.
"감시카메라는 우리를 위해 일하는 카메라맨이다. (중략) (감시카메라가 밀집한) 세상은 마치 스펙터클한 영화촬영소와 같다." 미술관에서 함께 상영될 다큐멘터리 영상 속 작가의 설명이다.
'잠자리의 눈'은 코리아나미술관이 감시를 주제로 마련한 국제기획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출품작 중 하나다.

전시에는 쉬빙 외에도 제인·루이스 윌슨, 애덤 브룸버그·올리버 차나린, 한경우, 신정균, 에반 로스, 이은희, 이팀(Eteam), 언메이크랩이 참여했다.
에반 로스는 지난달 노트북에 남겨진 모든 인터넷 접속 기록을 인화한 '인터넷 캐시 자화상' 연작을 통해 사적인 온라인 활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은희 '콘트라스트 오브 유'(2017)는 백인 남성을 바람직한 기준점으로 삼는 디지털 시대의 감시시스템 밖으로 '튕겨 나온' 인물들을 조명한다.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도처에 설치된 카메라는 한경우 신작 '중립적 관점'을 위한 장치다. 카메라들은 쉬빙 '잠자리의 눈' 등 함께 전시된 다른 작품들을 비춘다. 연결된 모니터로 송출된 작품들은 크기, 각도, 초점 조정 등을 통해 기존 작업과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된다. 감시의 가치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이다.
미술관은 "'빅브라더'를 비판하는 고전적인 논의를 넘어,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감시의 조건과 환경을 탐구하고, 촘촘한 감시의 그물망 가운데 작동하는 가상의 믿음, 그 이면의 다양한 이슈에 질문하려 했다"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관람료는 4천 원(일반)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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