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걷는 대신 목숨 걸고 화물열차 타는 중미 이민자들

입력 2019-04-25 03:42  

고속도로 걷는 대신 목숨 걸고 화물열차 타는 중미 이민자들
멕시코 정부 대규모 단속 이후 美 국경행 '야수' 열차 탑승자 늘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 진입한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미국 국경에 도달하기 위해 대규모 무리를 지어 고속도로를 걷는 대신 화물열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캐러밴이 최근 멕시코 정부가 고속도로를 따라 무리 지어 이동하는 이민자 일부를 구금하면서 대체 이동수단에 의지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300∼400명의 이민자가 '야수'(The Beast·스페인명 La Bestia)로 불리는 긴 화물열차에 몸을 싣고 전날 밤 남부 오악사카 주 익스테펙 시를 출발했다.
열차에 올라탄 이들의 대부분은 젊은 남성들이지만 수십 명의 여성과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열차 꼭대기에는 온두라스 국기가 게양됐다
'야수'는 현지인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화물열차를 부르는 이름이다.
강도·납치·강간·살인 등 고국에서 벌어지는 흉악 범죄와 가난을 피해 밀입국을 택한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국경행 열차에 몸을 싣는데, 이동 중 열차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도 많고 괴롭히는 범죄 집단도 많아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많은 이들이 이 열차를 '야수' 또는 '죽음의 열차'로 부른다.
열차는 멕시코 남부 국경과 접한 치아파스를 출발해 오악사카와 걸프만 연안 베라크루스를 거쳐 북쪽 국경으로 향한다.
멕시코 정부가 2014년 중반 이후 이민자들의 열차 탑승을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탑승자 수가 급감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민자 권리 옹호를 위해 활동해온 알레한드로 솔랄린데 신부는 일주일 전부터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감지했다.
남부에서 열차를 타고 온 많은 이민자가 '길 위의 형제들'이라는 쉼터가 있는 익스테펙에서 하차, 며칠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열차를 타고 북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쉼터에는 현재 열차를 타고 이동한 300여명이 머물고 있다.
이는 멕시코 정부가 최근 중미 이민자들의 북상 저지를 촉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경고 속에 적극적인 단속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맞물린다.
실제 멕시코 경찰과 이민청 단속 요원들은 지난 22일 남부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 외곽을 지나던 3천명 규모의 캐러밴 후미 부분을 급습, 371명을 체포했다.
캐러밴의 이동 경로가 되는 고속도로 곳곳에는 수십 개의 경찰·이민 당국 검문소가 설치됐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민자가 열차를 여전히 위험하지만 당국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더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솔랄린데 신부는 "이민자들이 다시 기차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멕시코 정부가 캐러밴이 소규모로 눈에 덜 띄게 이동하는 것을 묵인하겠지만 앞으로는 예전처럼 공개적으로 대규모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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