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예술이 만나다…꽃나무 에세이 '서울 화양연화'

입력 2019-04-25 11:18  

꽃과 예술이 만나다…꽃나무 에세이 '서울 화양연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백석 시에서 갈매나무는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에 따지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도 모른다. 다만 방대한 음식과 식물 이름을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백석이기에 좀 의아한 것이다. 해방 전후 나무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여서 백석이 다른 나무를 갈매나무로 혼동했을 수도 있다."
김민철이 쓴 꽃 이야기 '서울 화양연화'(목수책방)'의 한 대목이다.
백석은 시에서 갈매나무를 '굳고 정한' 나무로 표현했지만 사실 갈매나무는 구부러져 있고 가지도 제멋대로 자라며 빛깔도 곱지 않아서 '굳고 정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아마도 백석이 다른 보기 좋은 나무를 갈매나무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서울과 근교에 자라는 꽃과 나무에 대한 수필인데,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문체와 내용이 흥미롭고 쉬워 책장이 훅훅 넘어간다. 애잔한 수필 문학이면서도 해박한 식물학 지식이 담겼고 사진도 풍부해 도감 같은 느낌도 든다.
제목에 '서울'이 들어간 이유도 재미있다.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사는 저자가 사랑하는 꽃과 나무 역시 '서울살이'를 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주요 일간지에서 바쁘고 험한 부서들을 오랜 시간 거쳐온 이른바 '잘 나가는 기자'이지만, 그런 이미지와 안 어울리게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꽃과 문학'이다. 그런 심성이 묻어난 듯 글도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저자는 "야생화를 찾아다니고 그중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꽃들에 대해 글을 쓰던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 행복했던 순간은 제목에서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말로 표현됐다.
책에 나오는 꽃 대부분은 청계천 조팝나무꽃, 성공회성당 과꽃, 덕수궁 살구나무꽃, 광화문 벌개미취 등 서울 시민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서울살이 꽃'이다.


무엇보다 문학 작품에 나오는 꽃과 나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백석의 '갈매나무'에서부터 윤후명의 '겨우살이', 박완서의 '박태기나무꽃', 최은영의 '분꽃' 등 주옥같은 시와 소설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꽃과 나무를 직접 찾아다니며 그것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상징과 의미로 작용하는지 알려준다.
저자는 과거에도 '문학 속에 핀 꽃들'(2013), '문학이 사랑한 꽃들'(2015)처럼 문학과 꽃 이야기를 다룬 책을 낸 적이 있다.
책에는 화가 이중섭과 복사꽃에 얽힌 일화처럼 미술 작품과 영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도 담겼다.
꽃을 알고 싶은 초보 독자들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 서울 7대 가로수, 5대 길거리 꽃, 10대 잡초, 10대 실내 식물, 열대 휴양지 꽃 등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은 추천사에서 "오랜 세월 야생화 사진을 찍는답시고 국내외를 돌아다녔고 집에 있는 책의 거의 절반이 식물과 꽃에 관한 것이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식물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이 책을 풀·나무와 친해지기 위한 첫 친구로 권하고 싶다"면서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색이 담겨 있으면서도 식물 정보가 정확하고 객관적이다"라고 했다. 352쪽. 1만8천원.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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