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면적 발전' 천명하고도 힘겨운 진전…구체 결실·경협재개 난망
대북영향력 상실, 1주년 행사도 北 없이 '반쪽'…인도지원 등 신뢰회복 방안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발전'에 대한 의지를 첫 조항에 명시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서부터 다방면적 협력·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까지 다양한 남북협력 계획을 포함한 판문점 선언은 앞선 10여년간 단절됐던 남북관계의 새로운 '개화'를 꾀했다고 할 만하다.
실제로 판문점 선언 이후 1년 동안 남북관계는 이전 보수정부 시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지난해에만 남북간 36번의 회담이 진행됐고, 서로 왕래한 인원도 2017년 115명에서 7천498명으로 65배나 증가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체육교류, 산림협력 등 당국 간 협력이 진행됐고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상시소통' 시대를 열었다.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나 대북 인도지원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서 양 정상이 그렸던 남북 협력의 미래는 1년이 지난 지금 좀처럼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빗장을 푼 데서 나아가 교류협력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구체적 결실을 보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결국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하면서 남북교류를 제약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틀도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대화가 복원·정례화됐다는 부분은 성과"라며 "대북제재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민간급의 교류협력에는 상당히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 독자제재 등 현행 제재망은 북한으로 쇠붙이 하나 들여가기 힘들 정도로 견고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철도·도로 공동조사 및 착공식, 이산가족 화상상봉, 개성 만월대 발굴 등 각종 남북협력 사업에 필요한 대북 반출 물자에 대해 일일이 제재면제를 받아 왔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한미가 비핵화와 남북교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남북간 긴밀한 공조를 가능케 하는 동시에, 모든 남북교류를 미국의 허가 하에 추진하도록 하는 기제라는 양 갈래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경협 사업은 당장 재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인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도 작년 말 '세리머니' 성격의 착공식만 간신히 치렀다.
북한은 대미관계에 구속된 남북교류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 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합의 이행을 저들의 제재 압박 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달에는 연락사무소에서 근무 인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 등 그동안 마련한 남북간 협의 체계의 '흔들기'도 시도했다.
남측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북미협상이나 비핵화에 북한의 협조를 끌어낼 동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로 경협일텐데, 거의 모든 부분이 안보리 제재에 걸려 있어 비핵화 진전에 남북관계가 종속돼 버렸다"며 "북한은 북한대로 자율성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남북관계를 경유하지 않는' 대외전략을 북한이 모색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을 전후해 군사합의 이행 등 남북협력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남북간 정식 분과회담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정부가 4·27 1주년 기념행사를 북측에 공식 초청의사도 전하지 못한 채 문화 퍼포먼스 위주로 치르게 된 것은 최근의 남북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남측이 대북 '지렛대', 즉 독자적 영향력을 지닌 행위자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에서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정책 수단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다. 북한은 지난해 홍수와 폭염, 대북제재 여파 등으로 올해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에서 "취임하면 국제기구에 대한 공여를 포함, 대북 인도지원 관련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인도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25일 기고문에서 "이벤트성 해법과 단기적 치유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남북관계의 자율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과 함께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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