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년 만의 일왕 생전 퇴위·즉위, 어떻게 치러지나

입력 2019-04-28 08:00   수정 2019-04-28 11:45

202년 만의 일왕 생전 퇴위·즉위, 어떻게 치러지나
3월부터 시작한 퇴위의식 30일 종료…5월 1일부터 즉위 행사
10월 새 일왕 부부의 도쿄 도심 오픈카 퍼레이드가 메인이벤트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이웃 나라 일본인들이 사는 시간 개념이 오는 30일을 전후로 바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호(年號)를 쓰는 일본은 오는 30일과 5월 1일 이틀에 걸쳐 '상징 덴노'(象?天皇)로 불리는 일왕의 교대 의식을 국가 행사로 치른다.
일본에선 한 일왕의 재위기를 규정하는 연호를 서기 연도와 함께 생활 속에서 광범위하게 쓴다.
연호 제도 때문에 일왕이 바뀌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가 함께 바뀐다는 의미를 갖는다.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인 아키히토(明仁·125대) 일왕 퇴위와 레이와(令和)라는 연호를 얻은 나루히토(德仁·126대) 왕세자의 즉위는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왕의 즉위는 종신 재위로 인해 상중(喪中) 분위기와 축제 분위기가 겹쳤지만, 이번에는 양위로 새 일왕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에서 202년 만의 생전퇴위를 기록한 아키히토 일왕은 이미 지난 3월 12일 도쿄 지요다(千代田)의 고쿄(皇居) 내 규추산덴(宮中三殿·궁중 안 신전)에서 조상들에게 물러나겠다고 고하는 것으로 퇴위 절차를 시작했다.
주요 신궁 참배 등 한 달 보름간 이어온 퇴위 의식은 4월 30일 오후 5시부터 약 10분 남짓 고쿄에서 치르는 '다이이레이 세이덴노 기'(退位禮正殿の儀)로 마무리된다.



고쿄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치르는 이 의식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민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아키히토 일왕이 마지막 소감(おことば)을 밝히게 된다.

이로써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헌정사상 첫 퇴위 의식을 마무리하고 '조코'(上皇, 상왕)로 물러앉는다.
올해 86세를 맞는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큰아들인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에게 자리를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듬해 6월 아키히토 일왕에 한해 퇴위를 인정하는 왕실전범 특례법을 만들었다.



5월 1일 부친의 자리를 이어받는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 의식은 올 11월까지 이어진다.
'겐지토 쇼케이노 기'(?璽等承?の儀)로 불리는 첫 즉위 행사는 5월 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0분간 '마쓰노마'에서 열린다.

이 의식은 청동검과 청동거울, 굽은 구슬 등 이른바 '삼종신기'(三種の神器)로 불리는 일본 왕가의 상징물을 새 일왕이 넘겨받는 행사다. 이 의식에는 일본 왕가에서 성년 남자만 참석할 수 있고, 여성 왕족은 배제된다.
이와 관련, 미야시로 에이치(宮代榮一) 아사히신문 편집위원은 "메이지 시대 말기에 제정됐다가 현 헌법 시행으로 폐지된 '등극령'(登極令)을 거의 그대로 원용하는 것"이라며 그 배경에는 여성 덴노제 도입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보수 정부의 생각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 일본 왕실전범은 남자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어 나루히토 새 일왕은 오전 11시 10분부터 10분 남짓 같은 장소에서 '조현 의식'(朝見の儀)'에 참여한다.
이 의식은 새롭게 즉위한 일왕이 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대신(장관)과 광역단체장 등 국민대표들을 처음 만나는 행사다.
이때 가장 눈길을 끌 대목은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밝힐 소감이다.
부친인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1월 9일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고 나서 상징적 지위에서나마 재위 기간 '전쟁 없는 일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잇판산가'(一般參賀·일반 국민의 축하를 받는 행사) 등 새 일왕 즉위와 관련한 다양한 의식이 5월 내내 계속된다.
그러고 나서 올 10월 22일 새 일왕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성대한 피로(披露) 의식이 열리고, 이날부터 10월 31일까지 대규모 축하 향연이 4차례에 걸쳐 마련된다.
아베 총리 부부가 주재하는 축하 만찬행사는 10월 23일 5성급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별도로 열린다.
10월 22일 도쿄 도심(고쿄~아카사카)에서 펼쳐질 새 일왕 부부의 카퍼레이드 행사는 일본 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아키히토 일왕 부부의 퍼레이드 때는 4천만엔짜리 롤스로이스를 구입해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8천만엔의 예산을 들여 자국산인 도요타 '센추리'를 오픈카로 개조해 쓰기로 했다.
이 차는 내각부 명의로 사들여 내년 도쿄올림픽 등에도 활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 의식은 올 11월 14~15일 신도(神道) 성격이 가미된 '다이조사이'(大嘗祭)를 올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이 행사를 치르는 데는 임시 신사(神社) 건립 등의 비용으로 27억엔(약 270억원) 정도의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는 새 일왕이 즉위 후 처음 행하는 '신조사이'(新嘗祭·일종의 추수감사제)인 다이조사이에 22억엔이 지출됐고, 당시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으로 즉위하면 다음 일왕 계승 1순위(고시·皇嗣)에는 동생인 후미히토(文仁·54), 2순위에는 후미히토의 외아들인 히사히토(悠仁·13)가 오르게 된다.
후미히토 왕세제는 내년 4월 19일 '고시'가 됐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을 치른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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