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노 자전적 소설의 결정판 '부끄러움'

입력 2019-04-29 11:03  

에르노 자전적 소설의 결정판 '부끄러움'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중 한 명인 아니 에르노는 자전적 소설에 천착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1984년 르노도상 수상작인 '남자의 자리'는 하류층 노동자였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한 여자'는 어머니의 삶을 그려냈다. 대중에게서 사랑받은 '단순한 열정'은 자신의 연애담인데 당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륜 스토리여서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40여년 간 발표한 20편 작품이 대부분 자전적 고백이며, 낙태, 실연, 질투 같은 말하기 어려운 소재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처럼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너무나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한 그의 소설들은 다소 불편하다는 비판과 함께 종종 논란에 섰다.
에르노의 자전적 글쓰기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 바로 자신의 치부를 극한까지 열어보이는 '부끄러움'(비채 펴냄)이다.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 했다"는 충격적인 첫 문장으로 유명하다.
이 첫 문장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가난한 하층민 딸이지만 중산층 이상이 다니는 기독교계 사립학교에 다니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작가가 부끄러운 존재를 자각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한다.
윤색이나 자기 연민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를 통해 일인칭 글쓰기를 통해 주체를 탐색하는 에르노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프랑스 문단에서는 단순한 자전적 서사를 넘어서는 존재론적 고민을 담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문학비평가 신수정은 추천사에서 "자신을 부끄러움의 영역으로 봉인해버린 세계의 허위를 기록하는 것을 '글쓰기의 절대 조건'으로 내세우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근본적이라 위태롭고, 그런 만큼 지나치게 고독하다"고 했다.
이재룡 숭실대 교수가 번역했다. 152쪽. 1만2천500원.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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