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호 앞세워 '리셋' 꿈꾸는 日아베…목표는 '군사대국화'

입력 2019-04-30 06:11  

새 연호 앞세워 '리셋' 꿈꾸는 日아베…목표는 '군사대국화'
아베 정권, 일왕교체 분위기 타고 "새시대 맞아 개헌 논의" 드라이브
韓과 갈등 지속…동일본대지진 복구·디플레이션 등 내정 숙제 산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이 다음 달 1일을 기해 지난 1989년 시작된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30년 만에 끝내고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시대를 맞이한다.
일본 사회는 곳곳에서 연호 관련 마케팅 행사가 펼쳐지고, 퇴위하는 일왕과 곧 즉위할 왕세자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방송 전파를 타는 등 들썩이고 있다.
새 일왕의 즉위로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사상 최장인 10일 연휴가 시작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여당의 정치인들은 분위기를 한껏 띄우면서 이에 편승한 내각 지지율 상승효과를 즐기고 있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1일 연호 발표 이후 5%포인트(p)가량 올랐다.


새 연호와 새 일왕이라는 일본 사회의 사회적 현상을 경계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새 시대'라는 분위기를 활용해 더 강한 일본을 만들려고 하는 아베 정권의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반복해서 연호 교체와 새 일왕의 즉위, 개헌을 하나의 논리로 연결 지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 개헌 추진 단체의 집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이용해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그는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선에 섰다. 이 나라의 미래상을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이상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대행은 최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을 무시하고서라도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8일 인터넷 방송에서 "조금 와일드한 헌법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야권의 반발을 샀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규정인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2020년 시행 목표로 통과시킨 뒤 전력과 교전권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평화헌법)를 다시 고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욕을 갖고 있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대학원(철학) 교수는 "아베 정권이 (연호 교체를) 개헌 추진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문제"라며 "'새롭다'는 분위기를 띄워서 새로운 시대에 들어왔으니 헌법도 새롭게 하자는 식으로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권이 새 시대를 맞아 더 강한 일본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심은 아베 총리가 직접 낙점을 했다는 새 연호 '레이와'와 관련해서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레이와'의 의미를 '아름다운 조화'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레이(令)'가 명령을 뜻하는 한자어이며 '와(和)'는 태평양 전쟁이 일어났던 '쇼와(昭和·1926∼1989)' 시대의 '와'와 겹친다는 점에서 고압적으로 느껴져 불편하다는 의견도 일본 내에서 많다.
일본은 아베 정권에서 군사대국화를 꿈꾸며 매년 방위비를 늘리고 있다. 방위비는 7년 연속 증가하며 올해년도 방위비는 사상 최고액인 5조2천574억엔(약 54조6천200억원)으로 편성됐다.
아베 정권은 연호 변경을 계기로 과거의 '헤이세이'와 작별을 고하며 일본을 '리셋'하려 하고 있지만, 새로움을 논하기에는 청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과거의 유산과 내정의 숙제가 많다.


강한 일본을 꿈꾸며 우경화하는 사이 한국 등 주변국과의 역사 문제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연일 한국에 대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외교청서만 해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한국 강제징용 소송의 원고가 "징용된 분은 아니다"는 정권의 입장을 반영했다.
내정에 있어서도 '리셋' 버튼을 누르기에는 과거에서 이어져 남겨진 과제가 적지 않다.
마이니치신문의 작년 12월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들은 헤이세이 시대 최대의 사건으로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을 꼽았는데, 5만2천여명의 이재민들이 여전히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등 극복까지 갈 길이 멀다.
아베 정권은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수소폭발 사고의 교훈을 잊은 채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여당 정치인(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올림픽 담당상)으로부터 '피해지역의 복구보다 정치인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나와 피해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아베 정권은 헤이세이 시대의 장기 경기 침체인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했다고 주장하며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경제는 경제성장과 임금상승의 정체 속에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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