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연월 조작 수법…금융기관 등 전국 6천곳에 판매 13억원 챙겨
법인 설립 전국 보급망까지 갖춰…유사시 오작동과 불발 우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교체 주기가 지난 가스총(가스분사기) 약제탄과 약제통을 폐기하지 않고 제조 연월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새 제품으로 둔갑시켜 전국 금융기관 등지에 유통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조직적 범행을 위해 전국적 규모 법인까지 설립해 최근 2년간 13억원 상당 부당이익을 챙겼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상습사기 등 혐의로 관련 업체 대표 A(56)씨 등 25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일당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폐기대상인 가스총 약제탄·통의 제조 연월 각인을 지우거나 새로 새긴 뒤 '점검필'이나 '합격필'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이는 수법으로 은행, 소년원, 세관 등 전국 6천여 곳에 유통해 1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외형 상태가 양호하고 저울로 무게를 측정해 정품에 가까운 것을 골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용 연한이 지난 약제탄·통은 오작동이나 불발 우려가 매우 높아 유사시 안전 확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제탄·통은 소모성 제품이다. 구조적 특성상 내장된 액체가스의 미세한 자연 누출 현상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출구 고무 노즐 경화 작용으로 틈새가 생겨 가스 누출과 습기 유입으로 성분 고착화 현상이 발생, 2년이 지나면 가스 발사 추진력 저하, 사정거리 단축, 불발 가능성이 커진다.
유사시를 대비한 가스총이 실제 상황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약제탄·통 교체 주기는 최소 1년에서 최장 2년으로 정해져 있다.

경찰은 A씨 일당이 은행 등 해당 기관 근무자들이 가스총을 휴대해도 실제로 발사하는 일이 거의 없어 소모성 제품인 약제탄·통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데다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일당은 지난해 12월에는 관련 업계 연합 조직인 한 법인까지 설립해 업체별 전국 판매지역 배정, 납품가격 일원화, 수익금 균등 분배 등 체계적인 범행을 이어나갔다.
법인 설립은 불법 약제탄·통 유통을 알아챈 선량한 제조업체의 법적 대응 준비 소식과 자신들의 불법 행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던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알려졌다.
A씨 일당은 법인을 설립한 뒤 주거용 빌라에 상담 영업활동을 위한 콜센터 시설을 갖추고, 전국 금융권 명부, 약제탄·통 교체 시점 등을 빅데이터로 전산화해 '고객관리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해당 법인에 소속된 전문 텔레마케터는 주기적으로 전국 금융권에 폭탄성 전화를 걸어 고객을 유치했다.
새 제품으로 둔갑한 약제탄·통은 정상가보다 훨씬 저렴한 1개당 4만5천원∼5만8천원에 팔렸다.

가스총 판매 시 약제탄·통 교환 수익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A씨 일당이 이런 식으로 거래처를 가로채면서 선량한 총포사는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는 치명적인 위험요인 제거를 위해 사전 점검 등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약제탄·통 교체 시 각 지방경찰청에 등록된 허가업체를 통해 반드시 제조 연월 각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약제탄·통 불법 제조공장과 중간 판매책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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