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호르몬 재판' 패소…세메냐 "더 강하게 싸우겠다"

입력 2019-05-02 08:56  

'남성 호르몬 재판' 패소…세메냐 "더 강하게 싸우겠다"
CAS "IAAF의 테스토스테론 낮추라는 결정 차별적이지만, 합리적인 방법"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에 따라 국제대회 출전이 어려워진 '여자 육상 중장거리 스타'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가 "더 강해지겠다. 그리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세메냐는 2일(한국시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수년간 나를 겨냥해 불평등한 규정을 만들어왔다. IAAF는 나를 좌절시키고자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런 행태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며 "나는 CAS의 이번 결정에도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 강해져서 싸울 것이다. 남아공 그리고 전 젊은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 항소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CAS는 1일 스위스 로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메냐와 남아공 육상연맹이 제기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주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CAS는 "IAAF의 '여자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은 차별적이다"라고 규정하면서도 "그러나 육상 경기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규정이기도 하다. IAAF의 규정이 합리적"이라며 IAAF의 손을 들었다.
CAS 관계자는 "우리가 '완벽한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완벽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라며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을 더 했다.




IAAF는 지난해 4월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국제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수치를 낮추거나, 남자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11월 1일부터 새 규정을 적용한다"며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을 공표했다.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 대상으로 적용했다.
남아공 육상연맹과 세메냐는 강하게 반발했고, CAS에 IAAF를 제소했다.
CAS는 올해 2월 6일 재판을 열었고, 3개월 가까이 심리한 끝에 IAAF의 손을 들어줬다.
CAS의 결정이 나오자 IAAF는 "5월 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세메냐 등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들은 약물을 투약해 수치를 5n㏖/L(혈액 1리터당 10나노몰. 나노는 10억 분의 1)로 낮춰야 한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다. 남성의 수치는 7.7∼29.4n㏖/L이다.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IAAF 관계자들은 '6∼8n㏖/L 정도'라고 예상한다.
IAAF가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을 만들 때부터 남아공과 세메냐는 "세메냐를 겨냥한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항의했다.
IAAF는 "인종차별, 성차별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정"이라며 "태생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꼭 필요한 규정이다"라고 반박했다.




IAAF는 2015년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CAS가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그 덕에 세메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8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대회에 이은 종목 2연패였다.
IAAF는 다시 한번 남성 호르몬 문제를 수면 위로 꺼냈다. 그리고 CAS는 4년 전과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
세메냐는 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IAAF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800m 경기에 출전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야 여자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9월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려면 당장 약물을 투약해야 한다.
CAS의 결정을 놓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눠진다.
리우올림픽 여자 육상 800m 은메달리스트 프랜신 니욘소바(브룬디)는 "나도 세메냐처럼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다른 여성보다 많다. 내가 아닌,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CAS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여자 중거리 선수 나탈리아 루프(우크라이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들이 일반 여자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게 그들과 우리 모두를 위한 방법이다. 이미 그들이 너무 쉽게 우승하는 장면을 보지 않았는가"라고 CAS의 결정에 동의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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