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반체제 인사·희생자 유가족, 가택연금·강제여행
인권변호사 "中지도부, 무역분쟁으로 여건 좋지않아 예민한 상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당국이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0주년을 앞두고 반체제 인사들과 톈안먼 시위 희생자 가족 등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후자(胡佳)를 비롯한 반체제 인권운동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중국 내 활동가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후자는 해마다 5월 말이 되면 베이징(北京)에서 200㎞가량 떨어진 항구도시 친황다오(秦皇島)로 강제휴가를 떠나야만 했다.

그는 그곳에서 공안의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일이 지난 뒤에야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자는 2014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집회에 참석하려다 체포된 이후 지금까지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하지만 후자는 생전에 중국에도 민주주의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후자는 "나는 중국 공산당이 강철로 만들어졌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나는 악의 권력이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한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서방 세계에서는 약 3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6.4' '톈안먼' 등은 중국의 SNS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올해가 톈안먼 사태 30주년이어서 중국 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해마다 톈안먼 기념일이 다가오면 주요 반체제 인사나 톈안먼 희생자 가족들을 가택 연금하거나 지방 도시로 '강제여행'을 하도록 강요한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저명한 언론인인 가오위(高瑜)는 중국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올해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14주기였던 지난 1월 17일부터 지금까지 거의 4개월가량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자오쯔양 전 총서기는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동조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비운의 지도자'다.
가오위는 아마도 다음 주쯤 강제여행을 떠나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이 끝난 뒤에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아들을 잃은 장셴링(張先玲) '톈안먼 어머니회' 대표도 자신의 집밖에 공안이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야치우 왕 중국 연구원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인권은 최악의 상황이며 풀뿌리 운동은 시련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얼굴인식 카메라, SNS와 호텔 및 교통수단 이용 시 ID 체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반체제 인사들과 톈안먼 희생자 가족들을 감시하고 있다.
장셴린과 가오위는 자신들의 전화가 도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법원은 지난달 초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는 술을 만들었다가 체포돼 3년가량 구금 생활을 한 중국인 4명 가운데 한 명인 천빙(陳兵)에게 '사회소란죄'(사단도발죄)를 적용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텐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는 행위를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지도부는 미·중 무역분쟁 등 민감한 시기에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일이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촉매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25주년 집회에 참여하려다 체포된 경험이 있는 푸즈창(浦志强) 변호사는 "중국 정부는 매우 예민한 상태"라면서 "대내외적 상황이 중국 공산당과 지도부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중국 당국의 철통같은 통제에 따라 올해도 중국 본토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는 집회가 제대로 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국양제'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홍콩에서는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홍콩의 촛불집회에는 매년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다.
또 지난 7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집회가 중국인 망명자들과 미국의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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