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니 날아올랐다'…발레하는 협동조합을 아세요?

입력 2019-05-12 06:00  

'모이니 날아올랐다'…발레하는 협동조합을 아세요?
23∼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서 '발레 갈라 더 마스터피스' 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발레는 우리나라에서 대중화한 장르는 아니다. 빛나는 일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현실은 팍팍하다. 제대로 월급 주는 민간 발레단은 손에 꼽는다.
발레리나 김인희(56) 씨는 직업 무용수 상당수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발레리노 이원국(52)도 마찬가지였다.
이들과 뜻을 함께한 민간 발레단들은 2012년 합동 공연 '발레갈라 더 마스터피스'를 시작했다. 40∼50명이 올라가는 클래식 작품을 공연하려면 의상만 100벌 이상, 제작비는 억대로 든다.
합동 공연으로 공연장 대관료를 아끼고 무대 세트와 의상을 품앗이하자는 아이디어다. 내친김에 2014년 국내 무용계 최초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발레STP(Sharing Talent Program)협동조합' 탄생 비화다.
10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협동조합 소속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와이즈(Wise)발레단, 서(SEO)발레단, 부산 김옥련발레단을 만났다.


"벌써 5년이 흘렀네요. 그때 어쩌다 협동조합을 만드신 거예요?" 기자의 첫마디에 발레단 단장들 얼굴엔 여러 감정이 피어올랐다.
김길용(51) 와이즈발레단장은 "여기 모인 발레단들은 성격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너무 힘들다는 것"이라며 "정부나 기업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공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모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네' 싶고 의지가 되더라"고 털어놨다. 최진수 서울발레시어터 단장(45) 역시 "동병상련 심정이라 덜 외롭다"고 거들었다.
서미숙(61) 서발레단장은 "이 중에서 빚 안 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웃음) 주변 지인들은 미쳤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데 왜 계속하냐고. 그래도 공연이 좋은 걸 어쩌냐. 행복한 중독이다"라고 말했다.
김옥련(55) 김옥련발레단장은 "수도권 민간 발레단들도 힘든데, 부산은 오죽하겠다. 김길용 단장님이 협동조합 같이하자고 하신 날 펑펑 울었다"며 "함께하면서 굉장한 예술적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성과는 있다. '발레갈라 더 마스터피스' 유료 점유율은 2016년 72%, 2017년 81%에서 지난해 86%로 상승했다. 2015년 시작한 '수원발레축제'도 인기 축제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 쏠림에서 벗어나 현대무용 등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도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발레갈라 티켓 가격은 2만∼3만원이고 수원발레축제는 무료다. '발레 감상은 비싼 취미'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한 시도다.
최진수 단장은 "관객은 1만원대 영화 티켓 가격을 기준으로 문화 공연을 평가한다. 그래서 가격을 높이 받으면 일반 관객은 안 오고, 무용인들만의 잔치가 되는 일이 많다"며 "올해 공연도 무용수들 출연료만 간신히 감당하는 정도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더 많은 분이 무용 예술에 접근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을 이끄는 김인희 이사장은 무용수도, 관객도 행복한 공연을 꿈꾼다. 4대 보험을 보장해야 조합원으로 받는 등 엄격한 가입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6개 발레단만 소속됐지만 30곳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김 이사장은 "이 조직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를 내기보다 우리가 없어진 뒤에도 후배들이 '그 선배들 참 멋졌다, 그분들 덕에 발레계가 건강하고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3∼2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중 흑조 2인무, 서울발레시어터의 '현존(Being)', 서발레단의 '판도라', 와이즈발레단의 '베니스카니발'을 올린다.
발레리노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원국 단장은 '차이콥스키 2인무'로 직접 출연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등 각 단체 예술감독이 발레 상식과 역사를 들려줘 관람을 돕는다.
이원국 단장은 "무대에 매년 섰지만 늘 두렵다. 나이가 있으니 체력의 한계도 있고 부상 위험도 있다"며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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