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에 기업가로도 성공…개혁정책 성공할지는 미지수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승리하면서 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66)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새로 구성될 국회의 대통령 선출 절차가 남아있지만 보통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정치권과 재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다.
2017년 12월 ANC 대표에 선출됐고 작년 2월 비리 스캔들 끝에 사퇴한 제이컵 주마에 이어 대통령에 올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취임할 때 민주화 투쟁 경력과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로 기대를 모았다.
1952년 흑인집단거주지역인 소웨토에서 태어난 라마포사 대통령은 1970년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할 때부터 흑인차별정책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했다.
1974년에는 11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고 1982년 12월 전국광산노조(NUM) 사무총장을 맡은 뒤 파업을 주도한 노동운동가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1990년대 ANC 백인 정권과 협상을 통해 흑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새 헌법을 마련하는데 역할을 했다.
1997년 차기 ANC 대표 경선에서 패한 뒤에는 기업가로 변신했고 자원, 에너지, 부동산, 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만델라와 친분을 쌓았고 1990년 만델라가 감옥에서 나왔을 때 환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바로 옆에 서기도 했다.
만델라도 생전에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해 "새로운 세대의 가장 재능있는 지도자 중 한명"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후계자로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의 성과는 아직 만델라가 남긴 업적과 거리가 멀다.
ANC의 득표율 57.5%로 1994년 이후 6차례 총선에서 최저를 기록한 것은 집권당과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8일 총선 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 뒤 "우리가 실수를 했고 이 점이 죄송하다"며 국민에게 다시 한번 믿음을 보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작년 2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직전 주마 전 대통령의 집권기에 악화한 정치·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남아공에서는 수천 명이 높은 실업률과 일자리 문제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한 국가로 꼽히지만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한다.
또 최근 수년간 경제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8%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실업률이 27%나 되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50%를 넘을 정도여서 젊은이들이 고통이 크다.
남아공 사회에 만연한 정경유착 등 고질적인 부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흑인과 소수 백인의 갈등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동안 백인이 소유한 토지를 몰수해 흑인에게 재분배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헌법 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백인들의 저항 등으로 정치·사회적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강도 높은 개혁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으로 성공 여부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11일 "라마포사 대통령이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약속하고 남아공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새로운 5년 임기는 ANC 지도부에 남아있는 주마 세력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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