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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 등장한 인공해변·난민선…'흥미로운' 시대의 표상

입력 2019-05-12 13:02  

베네치아에 등장한 인공해변·난민선…'흥미로운' 시대의 표상
비엔날레, 환경·이주·성소수자 등에 관심…재기발랄한 작업에 호응
여성·흑인 활약에 안무 작업도 인기…"아트페어식·진열장" 비판도



(베네치아=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올해 제58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을 맞아 흥분에 차오른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에 녹슨 배 한 척이 등장했다. 아르세날레는 중세시대부터 원래 조선소였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대다수는 배에 시선을 주지 않고 다음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배는 본전시에 참여한 스위스 작가 크리스토프 뷔헬의 '작품'이다. 제목은 '바르카 노스트라'. 이탈리아어로 '우리의 배'를 뜻하는 어선은 2015년 5월 난민 700여명을 태운 채 리비아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던 중 침몰했다. 뷔헬은 현대미술 성찬을 즐기느라 분주한 베네치아 한복판에 이 비극적인 어선을 끌어다 올렸다.
전시 현장을 찾은 카를로타 사미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는 이 배를 과거 유물로 느끼지 않는다. 새롭게 전해진 난파선 소식은 이 배가 현재임을 말한다."
11일(현지시간) 공식개막한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바람 잘 날 없는 시대의 풍경을 전 세계에서 달려온 미술계 인사와 애호가들 앞에 펼쳐 보였다.
랠프 루고프 총감독이 제시한 주제 '흥미로운 시대를 살기를'의 그물은 지나치게 넓었지만, 난민과 불평등, 기후변화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성 작가와 흑인 예술가의 존재감도 뚜렷했다.



올해 베네치아 화두 중 하나는 인간이 몰고 온 지구 생태환경 위기였다.
사전공개 기간에도 입장에 두 시간이 걸릴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프랑스관은 전시장 일부를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는 심해처럼 조성했다. 바다동굴 형태 극장에서는 이와 연결된 초현실적인 영상을 상영했다.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최고 국가관으로 꼽힌 리투아니아관 전시 '태양과 바다'도 기후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난민 문제는 전시장에서 가장 자주 접한 주제였다. 난민 위기 당사국인 몰타 국가관은 공중에서 촬영한 난민선 영상을 바닥에 깔아, 지중해에서 표류하는 난민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듯한 경험을 줬다. 이밖에 성소수자 등 이 시대의 마이너리티를 다룬 작업이 눈에 띄었다.
무거운 현실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작업이 관객과 평단 호응을 얻었다.
리투아니아관은 전시장을 인공해변으로 만들고 퍼포머 20여명이 휴양을 즐기는 모습을 2층 관람객들이 내려다보도록 꾸몄다. 아트넷뉴스페이퍼는 "기후변화를 좋은 작업으로 풀어내기란 어려운데 리투아니아관은 예외"라고 격찬했다.



국가관 특별언급상인 벨기에관은 옛 유럽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네킹 로봇으로 만들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처음에 깔깔대던 관람객들은 제빵사·봉제공·화가 등이 무표정하게 움직임을 반복하는 중앙과 정신병자·바보 등이 갇힌 바깥 감옥 사이를 지나며 오싹함을 느낀다.
본전시장에서도 거대한 삽을 휘둘러 피처럼 보이는 물감을 분출하는 로봇(순위엔·펑유 '캔트 헬프 마이 셀프')이나 180도로 움직이며 전시장 벽을 부수는 철문(실파 굽타 '무제') 등 관람객 흥미를 자극하는 작업이 다수 눈에 띄었다.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전면에 부각한 오쿠이 엔위저의 2015년이나 '예술 만세'를 외친 크리스틴 마셀의 2017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풍경이다.
반면 올해 행사에서 시대정신을 자유롭고 과감하게 구현하는 비엔날레 전위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러 차례 베네치아를 방문한 한국인 작가와 큐레이터 일부는 "큐레이팅 없이 작품을 늘어만 놓은 진열장 같다", "아트페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본전시 여성 작가 비율이 처음 50%를 넘긴 올해 비엔날레에서는 그만큼 여성 예술가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11일 진행된 공식 개막식 겸 시상식 무대에 여성 큐레이터·작가가 다수 포진한 모습이 '여풍'을 보여준다. 한국관도 여성 감독과 여성 작가 3명이 아시아 근대화에서 비껴간 여성들 이야기를 풀어내 호응을 얻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미술시장을 휩쓰는 아프리카 미술의 존재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본전시장 곳곳에는 마이클 아미티지, 은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 헨리 타일러 등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이 본국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대작 회화가 걸렸다.
주요관 중 하나인 미국관 전면에는 흑인 원로 조각가 마틴 퓨리어의 검은 대형 조각이 놓였다.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오토봉 엥캉가 역시 나이지리아 출신 여성 작가다.
처음 국가관 전시에 참여한 가나는 '가나 프리덤'이라는 주제 아래 엘 아나추이 등 자국 출신 예술가들의 작업을 거대한 규모로 망라했다. 올봄 별세한 오쿠이 엔위저 '유작'이라는 이야기에 더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몸의 비엔날레'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안무를 적극 끌어들인 작업이 많은 점도 올해 행사 특징이다. 스위스관과 브라질관 등은 개성이 돋보이는 단체 안무 영상을 상영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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