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장새' 후투티 렌즈에 담으려 경주 황성공원에 몰린 사진작가

입력 2019-05-14 11:35  

'추장새' 후투티 렌즈에 담으려 경주 황성공원에 몰린 사진작가
도심에선 보기 드문 여름새…천연기념물 원앙도 서식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힘들게 산에 올라가지 않고 쉽게 이 새를 찍을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겁니다."
13일 경북 경주 시내 황성공원에서 만난 한 60대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말이다.
이 사진작가 주변에는 약 20명이 삼각대를 세우고 대형 망원렌즈를 끼운 사진기로 똑같은 곳을 향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손으로 들고 찍기에는 사진기와 렌즈가 무거워 미리 초점을 맞춘 뒤 새가 둥지에 나타나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를 맞춰 리모컨을 누르는 방식으로 찍었다.
이들은 서울, 대전,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나 사진 동호인들이다.
4월 말부터 6월까지 평일에는 오가는 사람을 포함하면 약 40∼50명, 주말에는 100∼200명이 황성공원을 찾곤 한다.
이들이 몰려든 이유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후투티를 찍기 위해서다.
후투티는 한국에서는 중부 이북에서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여름새다.
집이나 나무숲에서도 번식하지만 대부분 산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황성공원에는 매년 4∼7쌍이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도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5쌍이다.
이 새는 4월 말에 황성공원에 둥지를 튼 뒤 한 번에 3∼5개 정도 알을 낳아 기른 뒤 6∼7월 사이에 남쪽으로 떠나간다.
후투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깃털 무늬가 아름답고 머리 꼭대기 깃털이 독특해 많은 사진작가가 빠져든다.
머리 깃털 모양이 인디언 추장의 머리 장식과 비슷해 때문에 추장새라고도 한다.
대형 포털사이트에 후투티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황성공원이 곧바로 나올 정도로 황성공원은 국내 사진작가에게 후투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황성공원이 아니었다면 힘들게 사진장비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가서 찍어야 하므로 사진작가에게 이곳은 무척 고마운 장소다.




황성공원은 경주를 대표하는 도심공원이다.
신라 때 왕의 사냥터였고 현재는 도서관, 시민운동장, 체육관, 산책로, 숲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전체 면적이 89만5천㎡에 이른다.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가 우거졌고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시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후투티 외에도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살고 있다.
또 여름에는 보라색 맥문동 꽃이 소나무숲 아래에 활짝 피어 사진작가나 동호인을 유혹한다.
이렇게 사진작가가 몰려들다 보니 이들을 위한 배달음식점 영업도 활발하다.
나무 곳곳에 식당 명함이 끼워져 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후투티 촬영을 위해 사진작가가 지나치게 많이 오거나 둥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바람에 서식환경이 나빠졌다고 지적한다.
한 사진작가는 "촬영을 위해 나온 사람들끼리 산책로를 막지 말자고 한다거나 너무 가까이 가지 말자고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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