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유러피언드림' 극우 돌풍에 유럽의회선거 앞두고 기로

입력 2019-05-16 06:01   수정 2019-05-16 09:06

마크롱 '유러피언드림' 극우 돌풍에 유럽의회선거 앞두고 기로
유럽의회 선거 열흘 앞으로…佛 극우정당 '젊은 피' 내세워 여론조사 1위
마크롱의 EU 개편 구상, 우군 잃고 고립 형국…집권당 선거운동도 계속 고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유럽연합 건설과 포퓰리즘 대항 구상이 유럽의회 선거국면에서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마크롱의 '유럽주의'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유럽에 불어닥친 내셔널리즘의 열풍 속에 심각한 위기를 맞은 가운데, 마크롱의 지지율 부진과 '노란 조끼' 시위로 표출된 서민들의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바탕으로 프랑스의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열흘 뒤로 다가온 프랑스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승리가 점쳐지면서 마크롱의 유러피언 드림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르펜의 극우정당, '젊은 피'로 이미지 변신 꾀하며 이번에도 돌풍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은 지난 11일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여론조사에서 유럽의회 선거 지지율이 22.5%로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를 0.5%포인트 차로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극우 견제 심리가 강했던 프랑스에서 RN이 선두로 치고 나간 것은 이제 그리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이미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25%를 득표하며 당시 집권 사회당과 우파 제1당 대중운동연합(현 공화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이번에도 RN은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강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RN은 작년 10월부터 매주 토요일 이어져 온 '노란 조끼' 전국 연속시위에서 표출된 정부와 기득권 계층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에서 힘을 얻었고, '젊은 피'를 내세워 세계화와 유럽화에서 소외된 시골의 차상위 계층과 장·노년층의 민심을 파고들며 선전 중이다.
르펜은 2014년 유럽의회 선거 때에는 강한 반(反) 유럽연합 노선을 내세웠지만 이번에는 재작년 대선·총선의 참패를 바탕으로 유로존·유럽연합 탈퇴 주장을 접은 채 '국민전선'이라는 공격적인 당명까지 버리고 국민연합(RN)으로 개칭한 뒤 첫 선거를 준비 중이다.
유로존·EU 탈퇴라는 극단적인 주장 대신에 RN은 중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규제 강화, EU의 자유무역 협정이 프랑스 농가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등의 주장에 집중하고 있다.
젊음을 내세운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르펜이 RN의 유럽의회 선거 후보 1순위로 지명한 조르당 바델라는 이제 겨우 만 23세지만, 젊음과 패기를 무기로 집권당을 압박하며 RN의 선두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바델라는 지난 14일에는 1·2차대전의 격전지인 솜 지방의 소도시 아베빌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주민들에게 그는 "유럽연합이 유럽을 죽이고 있다. 개별국가의 주권이 더 많이 필요하며, 경제적인 애국주의도 필요하다.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佛 집권당, 신선함·매력 떨어져…"르펜은 푸틴 대변자 될 것" 대립각
RN의 이런 선전과 반대로,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 LREM은 현 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율로 타격을 입은 채 선거운동에서도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다.
마크롱으로서는 자신이 집권 1년 전 창당한 LREM의 첫 유럽의회 선거인 이번 선거에서 극우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목표는 현재로서는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크롱의 공무원 정원 감축 및 비대한 정부조직 개편 구상은 이미 '노란 조끼' 시위와 공무원 총파업 등 여러 저항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가 파리의 두 주요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공항공사를 민영화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결정, 마크롱의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 구상에도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마크롱은 이미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 표출된 여론에 따라 유류세 인상 백지화, 최저임금 인상, 소득세 인하 등 기존의 정책구상과 배치되는 대책들을 줄줄이 내놨다.
유럽의 부흥을 목표로 '르네상스'라 이름 붙인 이번 유럽의회 선거의 공약이나 캠페인도 신선함과 매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LREM은 마크롱 대통령의 유럽 통합에 대한 핵심 어젠다는 유지하면서도 이민자 규제나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이중전략을 취하고 있다. 좌와 우에 분산된 중도계층을 붙잡아 극우의 승리만은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전략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유럽의회 선거국면 전부터 마크롱의 '유러피언 드림'은 중대 기로를 맞았다는 관측이 많았다.
마크롱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계 은퇴 계획을 밝힌 것은 치명타였다.
메르켈의 후계자로 꼽히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독민주당 대표는 유럽 공동 최저임금제 도입 등 마크롱의 EU 개혁 구상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면서 마크롱의 유럽중심주의에 반기를 들고 있다.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엘비르 파브리 선임연구위원은 15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마크롱의 매우 야심 찬 구상들이 좀처럼 나아가려 하지 않는 유럽에 직면했다"고 요약했다.


LREM의 유럽의회 선거 후보 1순위로 지명된 나탈리 루아조 전 유럽 담당 장관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도 이번 선거운동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정통관료 출신에 다소 굳은 표정의 그에게 여론은 호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대학생 시절 극우 학생 단체 후보로 학생회 선거에 나선 이력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스트라스부르에서 한 대대적인 선거전에서는 간판인 루아조 전 장관보다 오히려 우파 공화당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장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가 더 여유 있게 좌중을 휘어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도 루아조 선대본부장은 극우 진영에 대립각을 세우며 오는 26일 선거일 직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15일(현지시간)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마린 르펜과 그의 친구들은 유럽의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자가 될 것"이라며 극우 포퓰리즘 진영이 유럽을 혼돈의 1930년대로 되돌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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