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시위와 싸워온 日시민, 투쟁 기록 수기로 출간

입력 2019-05-20 11:06  

혐한 시위와 싸워온 日시민, 투쟁 기록 수기로 출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침묵하지 않고 싸운 기억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인 혐한(嫌韓) 단체로 헤이트 스피치를 거듭해온 '재일(재일 한인)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과 싸움을 벌여온 일본의 한 여성이 자신의 싸움을 수기 형태로 기록해 책으로 펴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헤이트 스피치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으로, 재일 한인에 대한 우익들의 혐한 시위가 대표적이다.
수기를 펴낸 사람은 시코쿠(四國)의 도쿠시마(德島)에 사는 도미타 마유미(富田眞由美·67) 씨다. 수기의 제목은 '포기하지 않는다-헤이트 범죄와 싸운 2천394일'이다.


그가 헤이트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은 지난 2010년 4월이었다.
도쿠시마현 교직원 노조에 재특회 소속 극우 인사 10여명이 쳐들어와 '조선의 개', '매국노'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도쿠시마현 교직원 노조가 조선학교인 시코쿠 조선초중급학교에 자금 지원을 한 것을 공격했고 확성기를 들고 사무국장인 도미타 씨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욕을 쏟아냈다.
이에 도미타 씨는 재특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3월 도쿠시마 지방재판소(법원)는 그의 손을 들어주며 재특회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어 2016년 4월에는 다카마쓰(高松) 고등재판소가 재특회 극우들의 행위를 '인종차별적 행위'라고 적시하고 손해배상액을 1심의 2배인 436만엔(약 4천719만원)으로 올렸다. 판결은 같은해 11월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재특회의 '습격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기도 한 도미타 씨는 수기를 집필한 것에 대해 "자신의 상처를 넓혀서 깊은 곳까지 찌른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말부터 매일 몇줄씩 수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습격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글이 좀처럼 써지질 않았다.
며칠 동안 컴퓨터 앞에 앉지 못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는 지금도 가끔 두통을 앓고 있고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도미타 씨는 수기에 "스스로에게 '무언가 나쁜 일을 했었나', '무슨 부정이 있었나' 등 몇번이고 질문을 던졌다"면서 헤이트 스피치는 피해자에게 자책하는 마음을 심어 존엄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아 존엄을 되찾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었지만 재판을 거듭하면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헤이트 스피치 피해를 받아 분하지만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내 수기가 이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미타 씨는 책의 판매 수입 전액을 시코쿠 조선초중급학교에 기부할 계획이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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