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정책 다시 짠다…재검토위 출범(종합)

입력 2019-05-29 15:22  

'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정책 다시 짠다…재검토위 출범(종합)
수십년간 논란 끝 번번이 무산…처리방식·시설건설 계획안 도출키로
지역주민·시민사회, 위원회 구성에 불만…"기계적 중립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고은지 기자 = 수십년간 해결을 미뤄왔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29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 선릉역 2호점에 사무실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재검토위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와 이에 필요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관리하게 된다.
위원은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등 중립적인 인사 15명으로 이뤄졌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하되 남녀비율을 2대 1로 배치했고 30∼60대를 모두 포함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위촉장 수여 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원전부지 내에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겠다는 과거 정부의 약속이 이행되지 못해 유감"이라며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소통과 사회적 합의 형성 노력이 핵심인데 과거 정부에서는 의견수렴이 다소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원자력발전소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의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위원들이 의견수렴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관리하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은 1978년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를 지은 이후 지난 수십년간 전국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다.
1989년 경북지역 3개 후보지 조사가 논란 끝에 중단됐고 1991년 안면도, 1994년 굴업도 폐기물 처분장 지정이 백지화됐으며 2003년에는 결국 주민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부안 사태가 발생했다.

1998년 9월 당시 원자력위원회는 2016년까지 원전 외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립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로 발표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들어서야 경주에 작업복, 장갑, 폐필터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 부지를 짓기로 주민투표를 통해 어렵게 확정했다.
정작 중요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아예 손댈 엄두도 못 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핵연료물질을 말한다. 핵분열을 일으킨 핵연료물질을 통칭하기도 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에 저장하고 있는데 월성원전본부의 경우 2021년 11월에 포화할 전망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원전 확대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정권 말기인 2012년 말에야 논의를 하자는 수준의 발표를 하는 데 그쳤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20개월간의 공론화를 거쳐 2016년 7월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부지 선정, 용지 확보 후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실증연구, 영구처분시설 건설 계획과 시기 등을 담았다.
그러나 국민과 원전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따라 이번 정부에서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다시 추진하게 됐다.
재검토위는 의견수렴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식,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건설 계획 등을 담은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원전본부별로 마련된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 여부도 권고한다.
다만 구체적인 부지는 권고하지는 않는다.
산업부는 재검토 추진방안에 대한 사전협의를 위해 지난해 5월∼11월 '재검토준비단'을 운영했다. 준비단에는 원전 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계, 원자력계 등 14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는 재검토위원회에 위원으로서 참가하지 못한 점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재검토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를 배제한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출범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이었음에도 중립적 인사로 위원을 선정한다는 이유로 재검토위 위원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이와 같은 위원 구성은 핵폐기물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인 중립만을 쫓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원자력업계와 지역주민·시민사회가 수십년간 경험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제대로 된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대책 없는 임시저장고 증설을 통해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려는 공론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없는 재검토위원회는 기계적인 중립으로 계획안을 짤 가능성이 있다"며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공론화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의견수렴 절차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위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또 위원회가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할 '정책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신희동 원전산업정책관은 "재검토위는 앞서 신고리원전 5·6호기 때처럼 국민과 원전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되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할 것"이라며 "의견수렴 절차를 중립적으로 관리해 권고안을 내면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기본계획을 다시 짤 것"이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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