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대군 친필 새긴 '숭례문' 목판은 유일 자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94년 무렵 도난당한 뒤 25년 만에 회수한 지도 '만국전도'(萬國全圖)는 보물 제1008호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중 일부다.
2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함양박씨 전적은 대부분 고서이지만, 여필(汝弼) 박정설(1612∼?)이 그린 만국전도는 1661년 채색 필사한 세계지도이다.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식 세계지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됐다고 알려졌다.
비닐하우스에 숨긴 양녕대군 친필 목판…25년만에 '만국전도' 회수 / 연합뉴스 (Yonhapnews)
가로 133㎝·세로 71.5㎝ 크기로, 이탈리아 출신 선교사 알레니(1582∼1649)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인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확대해 필사했다.
만국전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를 왼쪽에 두고, 아메리카 대륙은 오른쪽에 배치했다. 타원 투영법으로 지도를 완성했으며, 적도와 경위선을 표시하고 바다와 육지를 각각 다른 색으로 칠했다.
알레니가 완성한 만국전도를 필사한 또 다른 지도로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여지도'에 '천하도'라는 이름으로 수록된 지도와 전남유형문화재인 '하백원의 만국전도와 동국지도'가 있다. 천하도는 1789∼1795년에 만들었다고 추정되며, 하백원이 그린 만국지도는 제작 시점이 1821년이다.
또 다른 서구식 세계지도인 보물 제849호 '곤여만국전도'는 1708년 조선 관상감이 중국에서 마테오리치와 이지조(李之藻)가 1602년에 제작한 지도를 모사한 유물이다.
만국전도와 곤여만국전도는 중국을 중심에 두고 한반도를 크게 묘사한 15세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달리 과학적이고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화식 지도를 연구하는 김성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만국지도는 17세기 조선 지식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중국에 간 사신을 통해 유통된 자료를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필사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동아시아 중심 세계지도라면, 만국전도는 태평양을 중앙에 둔 지도라는 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만국전도와 함께 회수한 함양박씨 문중 고서적은 18세기 퇴계 학맥을 계승한 유학자로 불리는 소산(小山) 이광정 문집과 의병장으로 활약한 나암(羅巖) 박주대가 쓴 친필본 등으로 구성된다.
양녕대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숭례문'(崇禮門) 목판과 '후적벽부'(後赤壁賦) 목판은 2008년 전남 담양 몽한각에서 도낭당한 유물이다.
현재 국보 제1호 숭례문에 걸린 목판은 태종 장자이자 세종 형인 양녕대군 친필을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알려졌다.
몽한각 숭례문 목판은 양녕대군을 모신 사당인 동작구 상도동 지덕사(至德祠)에 있던 목판을 모본으로 삼아 1827년에 다시 새겼다고 전한다. 지금은 지덕사에 숭례문 목판이 없고 탁본만 남아 몽한각 숭례문 목판이 유일한 자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숭례문 목판과 후적벽부 목판은 양녕대군 유묵으로 인식해 19세기에 판각했다는 점에서 문화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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