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이기주 "글과 삶은 포개진다"

입력 2019-05-29 17:06  

'언어의 온도' 이기주 "글과 삶은 포개진다"
신작 에세이 '글의 품격'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말과 글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과 글에 천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죠."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가 새 에세이집 '글의 품격'(황소북스)을 펴냈다.
지난해 7월 출간된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후 약 10개월 만의 신작이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에 이어 이번에는 '글'에 초점을 맞췄다. 작가의 일상과 기억,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재를 바탕으로 글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작가가 글을 쓰며 만난 삶과 세상을 이야기하는 쪽에 가깝다.
이기주 작가는 29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글은 삶과 포개지는 지점이 많다"며 "글감을 찾거나 문체를 다듬는 과정에 삶이란 요소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글을 쓸 때 가슴에 품는 생각은 일상의 모든 것이 배움의 원천이라는 뜻의 '좌우봉원'(左右逢原)이다. 책이나 신문,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처럼 가까운 곳에서 마주하는, 마음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말과 문장을 기록한다.
"글을 쓰다 보면 저를 더 잘 알게 되고 다른 사람도 헤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잘 느끼는 데서 출발하면 삶이라는 연필을 쥐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삶에서 글이 솟아나고, 글과 삶은 하나로 포개지니까요."
말을 아껴 글을 쓴다는 작가는 언제부턴가 강연이나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다. 광고 제의도 고사한다. 인터뷰도 좀처럼 응하지 않는다. 모두 '문장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작가는 "문장의 무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말을 계속 토해낼수록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 묵히고 키워서 쌓여있던 말과 글을 책으로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고 말과 글이 험해지는 세상, 작가는 "때로는 머뭇거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욕망을 억누를 때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너무 문장을 빨리 토해내 '악플'과 막말이 횡행하는 게 아닌가 한다"라며 "말도 한 템포 죽이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글도 정제해서 내보내면 모서리를 다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가의 대표작 '언어의 온도'는 출간 직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밀리언셀러가 됐다.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 등을 합하면 작가의 책은 지금까지 200만부가 나갔다.
그는 "항상 초안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이해가 안 간다고 하시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친다"며 "나이 드신 부모님도 읽으실 수 있도록 쉽게 고치다 보면 독자들에게도 편안한 문장으로 다가가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말을 아껴가면서 조용히 서점을 찾아가 책을 보고 초심으로 돌아가 글감을 찾는 일을 계속한다.
그는 "이기주라는 정체성을 좌우하는 요소 중 베스트셀러 작가는 극히 일부"라며 "한눈 팔지 않고 책에만 파묻혀 작가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말과 글, 언어에서 길어 올린 문장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받은 작가는 앞으로 조금 다른 길을 가려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기존에는 말과 글이라는 숲에서 산책하면서 문장의 길을 텄다면 앞으로는 숲을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소재를 채집해서 또 다른 활자의 공간을 지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펼쳐나갈 것"이라며 "여행을 주제로 한다면 '여행의 온도'처럼 독자들이 볼 때 너무 생경하지 않은 일상적인 언어로 쓸 것"이라고 힌트를 줬다.
신문기자에서 스타 작가로 변신한 이기주는 스스로 어떤 작가라고 생각할까. 그는 이 질문에 말을 아끼며 각오로 답을 대신했다.
"감히 저를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제 글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방황할 때나 힘들 때 어머니가 던져준 문장이 저를 이끌었어요.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영향을 준 팔할, 구할은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존재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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