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호텔 폐시트'가 반려동물 쿠션으로 깜짝 변신

입력 2019-06-01 11:00  

[U∼스타트업] '호텔 폐시트'가 반려동물 쿠션으로 깜짝 변신
아이즈랩 김민희 대표, 폐 리넨 활용해 패브릭 제품 제작
제주대로부터 인턴 학생 지원받아…"환경 지키는 일 뿌듯"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한 해 동안 특급호텔 한 곳에서 버려지는 침구 시트는 얼마나 될까. 호텔에서 쓸모없이 버려지는 수백 톤의 침구 시트를 활용해 지구가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내어주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김민희 아이즈랩 대표(38).
제주 출신인 김 대표는 '세계 일주 항해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해군사관학교를 들어가 한동안 해군으로 근무했다.
2006년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선발시험에서 300명 엔트리까지 들었지만, 정밀 신체검사에서 아쉽게 떨어진 그는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는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 해군을 전역하고 쥬얼리 디자인을 배우러 일본으로 건너갔다.
귀국 뒤 김 대표는 롯데백화점 MD로 일하다 2015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세계여행을 떠났다.
1년간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병뚜껑과 자전거 체인 등 각종 폐기물을 재활용한 공예 제품을 만들어 여비를 벌었던 김 대표. 그는 이때부터 업사이클링(Upcycling)의 매력과 가치를 깨달았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활용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세계여행에서 돌아와 서울이 아닌 고향 제주로 향한 그는 2016년 스타트업 '아이즈랩'을 창업하고 폐기물을 활용한 공예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녹록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업사이클링 재료가 제한적인 게 걸림돌이었다. 크기도, 모양도, 개수도 제각각인 데다 가내 수공업을 해야 하는 것도 한계로 다가왔다.
그러다 아이즈랩이 입점한 호텔에서 산만큼 싸여있는 수백장의 하얀 침대 시트가 폐리넨으로 분류돼 버려지는 모습을 봤다.
김 대표에겐 호텔에서 버려지는 침구 시트와 타올 등 폐리넨이 매력적이었다. 전 세계 호텔에서 지속해서 조달 가능해 수량 걱정이 없었고, 호텔마다 이용하는 침구 시트의 크기와 품질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무작정 호텔 측에 폐리넨 제공을 부탁했고, 호텔 측은 취지에 공감해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개 특급호텔은 서비스를 이유로 침구 시트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즉각 폐리넨을 바꾸죠. 특급호텔 한 곳에서만 매년 수백 톤이 버려지는 데 제주, 나아가 전 세계에서 영업 중인 숙박업소를 따져보면 어마어마한 양이죠."
김 대표는 시골 작업실에서 폐리넨을 갖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반려동물인 토리와 나리가 밖에서 뛰어놀고 들어올 때마다 이 리넨을 깔고 자기 시작했다.
"촉감이 좋은지 리넨을 깔고 자는 아이들을 보며 이 소재로 토리와 나리가 편히 잘 수 있는 쿠션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호텔의 고급 침구류는 반려동물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소재가 시원하고, 직물이 촘촘해 털이 박히지 않았다. 또 진드기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사업 아이템이 정해지자 사업화 방안이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됐다.
이런 김 대표의 고민을 날려준 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김 대표는 쟁쟁한 아이템을 가진 예비 창업가를 제치고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으로 최종 합격해 창업지원금과 단계별 교육, 기술과 판로개척 지원 등을 받았다.
김 대표의 창업을 도운 건 또 있다. 같은 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업체로 선정돼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날개를 단 김 대표는 올해 2월 패브릭 브랜드 '레미투미'를 새롭게 선보였다. '레미투미'는 Renewal Moment To Me의 약자로 '나를 새롭게 하는 순간'이라는 뜻이다.
아이즈랩이 레미투미의 첫 아이템으로 선보인 폐리넨으로 만든 반려동물 빈백쿠션은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액 100만원을 훌쩍 넘긴 1천3백90만원을 달성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 최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데모데이에서 쟁쟁한 스타트업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하며 또 한 번 시장성을 입증했다.
"호텔 시트를 재활용한다고 했을 때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찜찜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어요. 하지만 반려동물용품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우리가 사용할 인테리어 용품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확신이 섰죠."
김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 반려동물용품에 이어 폐리넨으로 만든 인테리어 용품을 선보일 준비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대학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또 그 지원을 대학에 되돌려주려 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는 아이즈랩에서 함께 일할 인턴학생을 선정해 지원해주면서 아이즈랩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제주대 의류학과에 폐리넨을 옷 소재로 제공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작년 경희대 의류학과 학생에게 폐리넨을 제공한 적이 있어요. 버려진 호텔 침구 시트가 그 친구 손에서 멋진 한복으로 재탄생했죠.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폐리넨의 무궁무진한 변신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싶어요."
그는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고향 제주를 넘어 지구의 환경까지 생각한 일이라 더 신이 난다고 했다.
"업사이클링 제품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버려지겠지만, 그 사이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면서 지구가 숨 쉴 수 있는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 공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니 짜릿합니다."
그는 현재 맞닥뜨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모두 되돌려 받게 된다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이 하는 일이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청년 사업가를 위한 조언과 응원도 잊지 않았다.
"창업을 결심했을 때 장밋빛 미래만 그리면 힘들어요. 창업 준비 과정부터 창업해 사업을 꾸리는 매 순간 어려움이 찾아오고, 이는 오롯이 나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처음부터 창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늘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트레이닝이 필요해요. 하지만 도전은 무엇이 됐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불확실성 안에서 스스로 의지를 갖고, 무엇인가를해보는 건 우리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dragon.m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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