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작곡가 와일드혼 "한국 뮤지컬 산업 독특"

입력 2019-06-03 17:12  

'지금 이 순간'의 작곡가 와일드혼 "한국 뮤지컬 산업 독특"
뮤지컬 '엑스칼리버'로 내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한국의 뮤지컬 산업은 매우 독특합니다. 매우 젊은 산업이죠."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 뮤지컬 산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등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한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작곡가다.
그가 오는 1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되는 EMK뮤지컬컴퍼니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로 한국을 찾았다. 와일드혼은 아서왕 전설을 재해석한 이 작품의 작곡을 맡았다.
'지킬 앤 하이드' 뿐 아니라 '몬테크리스토',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등 한국 뮤지컬과 인연이 깊은 와일드혼은 "한국의 뮤지컬 산업은 초기 단계다"며 "관객도 젊고 배우도 어리다"고 분석했다.
"한국 뮤지컬 분야에는 뮤지컬만 40~50년 해 온 배우들이 없고 가요 쪽에서 온 사람들이 많죠. 또 한국 관객들은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뮤지컬을 보러 옵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도 관객이 젊긴 합니다. 그러나 70%가 관광객이죠. 한국은 한국어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관객이 현지인이고요. 한국의 뮤지컬 성장은 매우 빠릅니다. 그러나 뮤지컬 역사는 짧죠. 한국 뮤지컬 초창기에 공연된 작품들의 배우들도 모던한 스타일로 노래하고요."
그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 역시 한국 외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며 "브로드웨이에서 누군가 자신의 역할을 같이 한다고 하면 '내가 죽기 전엔 안 된다'고 할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엑스칼리버'에 대해 "대단한 사람들이 일상보다 더 큰 상황에 부닥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그동안 다채롭게 변주돼온 아서왕 전설에 매력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아서왕 전설은 거대하고 시작과 중간, 끝이 정확하게 없죠. 아서왕을 다룬 최근 영화 10편을 봐도 내용이 모두 다르지만,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죠. 이런 캐릭터와 내용에 기반을 둬 작가들이 자기만의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바뀌는데 아서왕 전설의 캐릭터들은 계속 돌아오죠. 저도 예술가로서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제 아들들도 '한번 만들어보라'고 했고요."
'엑스칼리버' 주인공 아서 역은 카이와 김준수, 세븐틴의 도겸이 맡았다.
"카이 씨는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제가 '조금 더 목을 써라'라고 합니다. 예술가로 성장할 능력이 있어요. 도겸 씨는 어리고 순수하죠. '배우고 싶어 알려줘'라고 하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김준수 씨는 저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죠.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역을 준수 씨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항상 40~50대 남자 배우가 맡았는데 준수 씨가 저에게 와서 '이 캐릭터를 좀 다르게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0대 초반에 뱀파이어가 된 캐릭터로 바뀌었죠."
그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변화한 방식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늘날 여성 캐릭터를 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디즈니까지도 여성 캐릭터를 왕자가 하는 것에 대해 반응만 하는 캐릭터로 만들진 않죠. '엑스칼리버'에서 기네비어는 활을 쏘고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화끈하고 어느 남자와도 싸울 수 있죠. 아서의 누나인 모르가나는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마녀'로,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와일드혼은 "'엑스칼리버'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랜슬럿이 2막에서 부르는 '없는 사랑'이라는 곡"이라며 "창작 과정에서는 아서가 부르는 '난 나의 것'이라는 곡이 가장 힘들었다. 아서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썼는데 25번이나 고쳐 썼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와일드혼은 "음악은 사랑과 같아서 경계가 없다"며 "한국어가 가사라고 해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저는 멜로디를 중요시합니다. 라흐마니노프, 푸치니,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 비틀스를 좋아하죠. 모든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쓸 때는 뇌를 끄고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음악을 만들죠. 한국 관객들이 제 이름을 보고 공연장으로 더 쉽게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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