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정조대왕 표석' 자리에 도로공사 진행

입력 2019-06-05 08:45  

화성시, '정조대왕 표석' 자리에 도로공사 진행
수원시 13년전 향토문화재 지정과는 '대조적'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정조대왕의 문화유산을 놓고 같은 '정조 문화권 도시'인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0여년 전 정조대왕이 원행길(능행차) 당시 건립한 표석을 수원시는 13년 전 이미 향토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는 반면, 화성시는 아직 향토문화재 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화성시는 최근 이 표석이 있는 자리에 도로 공사를 진행, 표석을 이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 안녕삼거리.
도로 확·포장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는 '안녕리'라고 적힌 표석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표석 아래 대리석에 안녕리 마을 이름에 대한 유래가 새겨진 것을 보면 비석이 세워진 지 얼마 안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표석은 200여년 전 정조대왕이 원행길에 건립한 표석이다.
수원 화성 축조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1797년 작성)'에 따르면 이 비석은 1789년부터 1797년 사이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모셔진 현륭원(지금의 융건릉)을 방문하면서 수원 지지대고개에서부터 현륭원까지 주요 지점에 건립한 표석 18개 중 하나다.
이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괴목정교, 상유천, 하유천(이상 수원시 소재), 만년제, 안녕리 표석(이상 화성시 소재) 등 5개다.
수원시는 이 표석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2006년 관내 3개 표석을 향토문화유적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진품은 훼손을 우려해 모두 수원박물관 등에 보관하고, 표석이 있던 바로 그 위치에는 복제본을 설치해 놓았다.
반면, 화성시는 현존하는 표석 5개 중 2개가 관내에 있는데도 아직 향토문화재로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안녕리 표석은 복제본이 아닌 진품임에도 현장에 그대로 있었다.


게다가 최근 화성시는 도로 확·포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안녕리 표석 자리에 도로를 놓기로 했다.
한 주민은 "수백년 역사를 지닌 표석을 진품 그대로 세워둔 것도 모자라 공사로 이전까지 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화성시 도로 담당부서 관계자는 "공사로 인해 표석은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추후 문화유산과와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위치를 다시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지역 위치를 알리는 표석은 바로 그 위치에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안녕리 표석은 추후 2∼3m 인근에 다시 설치될 예정으로, 올해 안에 관내 2개 표석을 모두 향토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조대왕도 실사구시 사상에 따라 표석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보단 후세가 편리하게 바꾸는 것을 이해해 주실 거라 판단했다"며 "그동안 화성시는 개발에 신경을 쓰다 보니 문화재 관련 업무가 미진했다"고 덧붙였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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