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성교육에 변화 조짐…'젠더 교육'의 대두

입력 2019-06-09 06:00  

[인턴액티브] 성교육에 변화 조짐…'젠더 교육'의 대두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곽효원 이세연 황예림 인턴기자 = "젠더 교육을 한다고 하면 처음엔 좋아하지 않는 학부모도 있어요. 그렇지만 교육 후 아이들에게서 '여자는, 남자는 이래야 해!'란 성별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남녀 구분하지 않고 두루 친구들과 어울리고 집안일에서 여자 일, 남자 일을 구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하는 변화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경기 백양초교 김수진 교사)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성교육은 '초경', '몽정', 올챙이를 닮은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는 '수정', 엄마 뱃속에 거꾸로 자리 잡고 있는 태아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임신', 태아가 수술 도구를 피해 도망가는 영상이 동원되는 '낙태' 등 생물학적 성의 면모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 치우쳐 있었다.
반면 '젠더 교육'이나 '성 평등 교육'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성교육은 성(性)을 생물학적 성(sex)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gender)의 영역까지 넓혀서 가르치려고 한다. 피임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연애, 결혼과 육아 등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다. 성 평등 의식을 고취하고, 성 소수자 차별 등 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다루기도 한다.

유네스코는 새로운 방식의 성교육을 '포괄적(comprehensive) 성교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성교육이 생물학적 특징이나 생식기와 연관된 개념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이라는 의미이다.
남녀 신체 차이, 임신과 출산, 낙태 등 생물학적 현상만을 가르쳐왔던 전통적 성교육에 생긴 변화는 학교에서도 관찰된다. 성교육이 실시되는 주된 과목인 보건 과목 교과서에 성적 자기 결정권이나 피임 방법에 대한 소개 등 과거 성교육에선 다뤄지지 않던 부분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
하지만 보건 교과는 선택 과목일 뿐 필수는 아니다. 전국 보건교사 3천여명이 소속된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보건교육이 이뤄진 고등학교는 39.7%에 그쳤다. 보건 교과를 채택하지 않는 학교에서도 연간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지만 생물 등 타 교과 시간에 일회성으로 하는 게 보통이어서 생물학적 지식 전달에 그치는 전통적 성교육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보건 교과를 정식으로 채택한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습시간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인문계 고교는 더욱 그렇다는 게 보건교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성범죄와 갈수록 첨예해지는 우리 사회의 성별 갈등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젠더 교육을 포괄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소홀히 취급되는 셈이다.
이런 고민으로 성 평등 교육을 지향하는 교사들의 모임, 지역 여성민우회 등 시민사회단체, 스타트업 기업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 안팎에서 수업하기도 한다.
젠더 교육을 위해 활동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경기 고양 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웃박스'가 있다. '성별 고정관념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 단체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이나 실과 시간에 성인지 감수성, 성 평등 인식 등을 가르치는 젠더 교육을 한다.
아웃박스에서 활동하는 경기 백양초교 정윤식 교사는 "젠더 교육도 인권교육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젠더 교육이 제대로 됐더라면 성차별과 같은 문제가 좀 덜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초등학생 딸을 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에 보냈다는 정지현(가명)씨는 "생물학적인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적 성 (역할)까지 두루 가감 없이 잘 가르쳐줘야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가족 간 성폭력, 데이트 폭력, 스쿨 미투 등 흉흉한 일이 너무 많은데 아이들이 잘못된 성 관념을 갖게 되면 문제"라면서 "여자아이들만, 또는 남자아이들만 가르쳐서 해결되는 건 아닐 테고 사회갈등을 줄이는 데 젠더 교육이 중요한 부분 같다"고 자녀를 프로그램에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혐오 범죄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체계적인 젠더 교육이라는 생각에서 성교육 전문 스타트업 '유니콘'을 만들었다는 오지연 대표는 "그동안 성교육이 해부학적 지식 전달에 가까웠다면 앞으로의 젠더 교육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소통을 다루는, 연령대에 맞춘 체계적인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이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학교에서 체계화된 젠더 교육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성교육은 각 시·도 교육청 소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은 기본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성교육 시간에 교사가 자율적으로 인권, 폭력 예방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보건교사회 차미향 회장은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성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서 "보건교사가 지속해서 책임감 있게 성교육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보건 교과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교육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sm@yna.co.kr, kwakhyo1@yna.co.kr, seyeon@yna.co.kr, yellowyer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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