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깃발·모자·배지…태극기집회 '굿즈'를 파는 사람들

입력 2019-06-08 06:00  

[인턴액티브] 깃발·모자·배지…태극기집회 '굿즈'를 파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이세연 인턴기자 = "'박근혜 대통령님 구출하자' 티셔츠는 1만5천원이에요. 고운 손 햇볕에 새까맣게 타니까 태극기 장갑도 5천원에 하나 가져가세요∼"
'박근혜 전 대통령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제126차 태극기집회가 열린 지난 1일 서울역 광장. 집회 참가자들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태극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옷에 단 태극기 배지, 스마트폰 케이스에 붙인 태극기 스티커, 태극기 손수건, 태극기 모자까지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태극기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각양각색의 태극기가 일렁이는 가운데 광장 한쪽에서 열댓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태극기 굿즈(상품·Goods)'를 판매하는 가판대다.
가판대에는 태극기와 관련된 갖가지 상품들이 진열돼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태극기가 붙여진 모자, 장갑,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까지 선택지가 다양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집회의 열기가 태극기 굿즈 구매욕을 끌어 올리는 듯 가판대는 갈수록 손님들로 넘쳐났다.
1등 인기상품은 단연 태극기. 그중에서도 깃대가 2m까지 늘어나는 안테나 봉이 부착된 태극기다. 가격은 1만원. 상인은 "깃대를 길게 빼면 태극기를 높게 올릴 수 있고, 짧게 접으면 휴대하기 간편한 '안테나 태극기'가 가장 잘 팔린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잘 팔리는 상품은 배지. 집회 참가자들은 하나 이상의 배지를 옷이나 모자에 달고 있었다. 배지는 태극기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니고 미국 등 다른 나라 국기와 포개진 태극기, 대한애국당 로고,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양이었다. 2천∼3천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옷이나 모자, 가방 어디든 부착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태극기를 사려고 왔던 사람들도 화려한 배지에 눈길이 빼앗겨 "배지도 하나 달라"며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태극기 굿즈 상인은 기자에게 태양열 선풍기가 달린 흰색 태극기 모자를 추천했다. 모자챙에 태양열로 작동하는 선풍기가 달려있었다. 부쩍 더워진 날씨와 따가운 햇빛 아래서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 약 5km를 행진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필수템'이자 '인싸템(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이들의 물건)'이라고 한다.

태극기 굿즈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초기 태극기집회 때부터 집회에 참여한 이들이라고 했다. 평일에는 본업을 하고 태극기집회가 있을 때만 집회 현장에 나와 태극기 굿즈를 판매한다.
매주 토요일 집회가 열릴 때마다 가판대를 연다는 상인 김모씨는 "평일엔 자영업을 하는데 집회 날에는 태극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와서 태극기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태극기집회보다 판매하는 물품도 다양해졌다. 김씨는 "처음에는 플라스틱 깃대에 달린 태극기가 주요 상품이었는데 집회 참가자들이 새마을기, 해병대 모자 같은 것도 원하다 보니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한 정당이 주도해 태극기 굿즈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고 태극기집회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집회 용품 판매자로도 나서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렇지만 태극기 굿즈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수입의 일부를 지지 정당에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건을 구경하던 집회 참가자가 "이거 팔아서 난 돈은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자 상인은 "저희가 지지 정당에 조금씩 돈을 보태고 있다"며 구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태극기 굿즈는 서울역 집회 후 광화문까지 진행하는 행진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실수요자인 것으로 보였다. '안테나 태극기' 2개를 산 류모(70)씨는 "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으로 걸어가려고 샀다"며 태극기 한개를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한 부부 손님은 태극기를 사가며 "우리가 오늘은 행진을 안 하려다가 갑자기 오게 돼서 급하게 (태극기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 중에는 종종 '큰 손'들도 있었다. 1장에 36개입 태극기 스티커를 여러 장 구매한 구모(70)씨는 "이 스티커를 내가 다 쓰려는 건 아니고 집회 참가자들이랑 대학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태극기 굿즈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태국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태극기와 태국 국기가 나란히 그려진 배지를 샀다. 그는 "for remember(기억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태극기 우산을 찾던 한 한국 손님은 "곧 해외여행을 가는데 태극기 우산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태극기 굿즈 판매자들은 "태극기집회에 오신 분들 말고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사 가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날 태극기집회에는 서울역 광장을 둘러싸고 확인한 것만 6개의 태극기 굿즈 가판대가 있었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는 오후 3시쯤이 되자 상인들은 가판대를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중 한 상인은 "이제 서울역에서는 다 팔았으니 광화문으로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에는 태극기집회가 대구에서 열려 '출장'을 다녀 왔다는 그는 다음 태극기집회 때도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태극기 찾는 사람들이 있는 태극기집회에는 언제나 저희가 있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se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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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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