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단위 계약 방침에 전교조 반발…"학생 뒷전, 일 떠넘기기 치중" 지적도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광주시교육청과 전교조가 공기정화장치 설치사업을 놓고 각을 세웠다.
학생 생활 안전보다 계약·관리 주체 선정 과정에서 업무 부담을 먼저 고려하는 듯한 양측 갈등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이달 중 지역 중·고교에 모두 50억8천500만원을 교부해 3천390학급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62억원을 들여 유·초·특수학교 5천545학급에서 설치를 완료했다.
기존 구매 방식에서 임대(렌털) 방식으로 변경하고 학교별로 업체를 선정해 계약하도록 할 예정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일괄 계약을 요구했지만, 학교별 계약 방식으로 가닥이 잡혔다.
3천390대를 한꺼번에 계약하면 1개 업체에서 '승자 독식'을 하게 돼 납기 지연, 부도 등 사례가 발생했을 때 위험 부담이 크다.
학교별로 다른 환경, 구성원들의 기호를 반영하기에도 더 효율적이라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일괄 계약 시에는 지역 업체의 참여가 사실상 차단되는 점도 고려했다.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 교육지원청에 업무를 배정해 계약 규모가 적절하게 분할됐지만, 광주에서는 지난해 현장의 요구로 업무가 본청으로 이관돼 예산 책정 과정을 거슬러 지역교육청에 환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의 일괄 계약이 가격을 낮춰 세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업무 부담 가중 우려가 깔려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교조는 "학교 단위 사업은 0점짜리 행정"이라며 "광주 150여개 모든 중·고교에서 똑같은 행정 업무를 하고, 150여명 전문가가 생겨나야 하고, 비품선정위원회를 각각 구성해 계약까지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하든, 행정실 직원이 하든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행정 업무를 또 학교로 밀어 넣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구매 과정에서 벌어진 과도한 판촉전으로 업자들이 문턱이 닳도록 학교를 찾아가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시교육청과 전교조의 줄다리기에 과거 정수기 관리를 놓고 벌어진 현장의 신경전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선 학교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업무가 생겼으니 부담이야 당연히 늘겠지만, 협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생활 안전을 우선 따지는 게 아니라 서로 맡기 싫은 일을 떠넘기는 데만 치중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단위 또는 일괄 계약 양측의 장단점을 모두 고려했지만 일괄 계약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며 "계약업무 매뉴얼 등을 통해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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