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성차별에 맞선 여성…'세상을 바꾼 변호인'

입력 2019-06-08 07:00  

합법적 성차별에 맞선 여성…'세상을 바꾼 변호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첫 장면부터 상징적이다. 수많은 남자 사이로 여성 한 명이 걸어간다.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1956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할 당시의 모습이라고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때 로스쿨 학생 중 여성은 2%에 지나지 않았다. 학장은 학생들을 '하버드 맨'(Harvard Man, 자막에는 '하버드인'이라고 표현)으로 부르고 당연하다는 듯 대명사 'He'로 칭한다.
남녀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에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루스 베이더(펠리시티 존스 분)는 아이를 돌보며 학업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그 와중에 남편 마티(아미 해머)는 암에 걸린다. 루스는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졸업하지만, 그 어느 로펌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럿거스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며 성 평등과 관련한 강의를 하던 그는 1970년 남성 보육자와 관련된 사건을 접하게 된다. 남성이 역차별받은 사건으로,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임을 직감한 루스는 이 사건 변호인을 맡게 된다. 남편과 딸, 시민 자유연맹의 대표 멜 울프(저스틴 서룩스) 등의 도움을 받아 합법적인 차별을 무너뜨리는 시작이 될 세기의 재판을 준비한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지난 3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가 떠오른다. 다만 후자가 긴즈버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하고 긴즈버그와의 직접 인터뷰를 삽입해 다큐멘터리 영화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전자는 긴즈버그가 맡은 첫 사건에 집중했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긴즈버그가 첫 사건에 부딪혔을 때 겪은 어려움과 갈등을 극적 장치로 활용했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의 인생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긴즈버그가 부딪치는 여성에게 적대적인 환경이 관객에게 답답함 그 이상으로 다가오고, 마침내 재판 장면에 이르러서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작은 몸집부터 긴즈버그 대법관을 닮은 펠리시티 존스는 말투까지도 비슷해 '싱크로율'이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로 펠리시티 존스는 직접 긴즈버그 대법관과 만나기도 하고 그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며 음절 단위와 발음, 기분에 따른 억양 변화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시나리오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조카인 다니엘 스티플만이 썼다. 그는 2010년 삼촌인 마티 긴즈버그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듣던 중 이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연출은 여성 감독인 미미 레더가 맡았다. 레더 감독은 "나 또한 여성으로서 고난과 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에 루스에게 모종을 유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영화 국내 배급사가 자사 SNS에 올린 포스터 내용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CGV아트하우스는 최근 자사 SNS에 기존 영어 포스터의 '영웅적인'(heroic)을 '러블리한 날'로 바꾸고 '정의'(justice), '운동가'(activist) 등의 말 대신 '독보적인 스타일', '진정한 힙스터', '데일리룩' 등으로 바꿔 "영화의 내용과는 반대로 성차별적 단어로 홍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CGV아트하우스는 "해외 이미지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의미를 본의 아니게 훼손했다"며 "영화의 의미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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