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인선 난항…후보 결정 늦어질 수도

입력 2019-06-08 19:05  

EU,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인선 난항…후보 결정 늦어질 수도
유럽의회 3대 정치그룹 대표, 3시간여 만찬 회동…조율 실패
20, 21일 정상회의 때 후 선출 쉽지 않을듯…막후 절충 주목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차기 EU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이 8일까지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비공식 회동에서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문제를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해 막후 논의에 들어갔다.
EU 정상들은 오는 20, 21일 정례 회의를 앞두고 있어 일차적으로 이번 정례 회의 때 집행위원장 후보 결정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각 정파 간 이해관계가 얽혀 현재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결정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회의 '친(親) EU' 정치그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그룹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 그룹,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LDE)그룹은 지난 7일 브뤼셀에서 회동을 갖고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선출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23~26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는 유럽의회의 전체 751석 가운데 179석을 얻어 제1당을 유지했고 S&D는 153석을, ALDE는 106석을 각각 차지해 각각 원내 제2, 제3당이 됐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유럽의회에서 정치적 연대를 통해 과반을 유지해온 EPP와 S&D(두 그룹 합계 의석 332석)는 과반의석(376석) 확보에 실패했고, ALDE나 다른 친EU 그룹과 손을 잡아야 유럽의회 내 다수가 될 수 있다.
이날 회동에 EPP에선 크로아티아의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와 라트비아의 아르투르스 크리샤니스 카린슈 총리, S&D에선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 ALDE를 대표해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와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가 각각 참석했다.
이들은 3시간 넘게 만찬을 함께 하면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선출문제를 논의했으나 각 그룹의 입장이 맞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회동을 마친 뒤 이들 대표는 기자회견도 없이 헤어졌다.
다만 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오늘 회동은 건설적이었다"면서 "각자 자신이 속한 정치그룹과 상의하고 계속해서 긴밀히 접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네덜란드 공영 방송인 NOS가 8일 보도했다.
뤼테 총리는 회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는 회동에 앞서 "만찬 회동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한 걸음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완전히 교착상태"라고 말했다고 NOS는 전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 각 정치그룹은 '슈피첸칸디다텐'(대표후보)으로 불리는 자기 그룹의 집행위원장 후보를 선출해 그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다.
지난 2009년 12월 발효한 리스본 조약은 집행위원장 후보를 선출할 때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현재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자리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은 제1당인 EPP 슈피첸칸디다텐인 만프레드 베버다.
독일 출신인 베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행정부 및 EU 집행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전혀 없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상당수 EU 정상들로부터 반대에 직면해 있다.
차기 집행위원장이 되려면 우선 EU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압도적 다수'(qualified majority)의 지지를 받아야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
이는 5억명 인구를 가진 EU 인구의 65% 이상에 해당하는 21개국 정상의 동의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EU 28국 정상 가운데 EPP에 소속된 정당 출신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가 EPP 소속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경우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로선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이 '압도적 지지'를 받기는 숫자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이 EU 회원국 정상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EPP내 다른 대안 후보나 다른 정치그룹의 슈피첸칸디다텐에게 집행위원장 후보가 될 기회가 넘어가게 된다.
EPP 내에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 EU 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프랑스 출신인 미셸 바르니에 전 집행위원,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이 대안 후보로 거론된다.
바르니에를 제외한 3명의 대안 후보는 모두 여성이다.
S&D에선 네덜란드 출신인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ALDE에선 덴마크 출신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을 슈피첸칸디다텐으로 내세워 선거를 치렀다.
일단 EU 정상들은 차기 EU 집행위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오는 20, 21일 정례 회의 때 집행위원장 후보 결정을 마무리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까지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해야 유럽의회에서 7월 중에 집행위원장 인준투표를 끝내고 곧바로 집행위원단 구성에 들어가 오는 11월 1일 새 EU 집행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집행위원장 후보 선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가운데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그때까지 타협점에 이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럴 경우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선출에 대한 논의가 여름 내내 이뤄지면서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더욱이 집행위원장 후보 선출문제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이른바 '빅5' 인선 문제와 연계돼 있어 셈법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논의와 함께 도날트 투스크 현 EU 정상회의 의장도 막후에서 정상들과 개별 또는 그룹 모임을 통해 차기 EU 지도부 인선 문제에 대해 절충을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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