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데렐라'에는 황금마차도, 유리구두도 없다"

입력 2019-06-10 16:07  

"우리 '신데렐라'에는 황금마차도, 유리구두도 없다"
몬테카를로발레단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감독 기자회견
금의환향한 수석무용수 안재용 "뜻밖의 환대, 반갑고 부끄러워요"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우리 '신데렐라'에는 황금마차도, 벽난로도 없고 못생긴 자매들도 안 나옵니다. 월트 디즈니에서 볼 법한 이야기와 거리가 먼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예술감독 장-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역대 신데렐라 중 가장 성공한 발레'로 불리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이처럼 말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기자회견을 연 마이요 감독은 "궁극적인 목표는 현실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몬테카를로는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딸 카롤린 공녀가 1985년 설립한 단체로 고전만 고집하지 않는다. 1993년 마이요를 초빙한 뒤 세계 정상급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명성을 떨쳤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김인희 STP발레협동조합 이사장 등 한국 발레 스타들이 이곳 출신이다.
마이요 감독은 "프랑스 소도시 출신인데도 공주가 이끄는 발레단에서 일하는 나야말로 신데렐라"라고 소개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8∼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한 '신데렐라'는 2005년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첫 내한공연 때 선보인 작품이다. 이 발레단 내한은 14년 만이다.
큰 줄거리는 같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해석은 더욱 대담해졌다. 신데렐라는 거추장스러운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수수한 흰옷에 금가루 뿌린 맨발로 춤춘다.



"사실 고전무용을 한 사람들이 맨발로 안무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옷을 벗고 춤을 추는 거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저는 우리 발레단에 늘 청중에게 옷(가식) 벗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합니다. 감추지 말고 감정을 보여주라는 뜻이에요. 결국 왕자도 신데렐라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사랑에 빠지잖아요? 사랑은 정말 단순한 것이거든요."
동화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축이 계모와 왕자라면 마이요 작품에선 신데렐라 친부모가 핵심이다. 죽은 신데렐라 엄마는 요정으로 현신해 딸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지혜를 가르친다. 아내를 잊지 못한 아버지는 딸을 잘 키우기 위해 사랑 없는 재혼을 하면서도 고뇌에 몸부림친다. 신데렐라 아버지가 환상 속에서나마 요정이 된 아내와 펼치는 파드되(2인무)에선 짙은 슬픔이 묻어난다.
신데렐라 아버지 역할을 맡은 수석무용수 안재용은 이번 작품으로 한국무대에 처음 선다. 2016년 입단한 안재용은 2017년 '세컨드 솔로이스트'로 승급하더니, 올해 1월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로 초고속 승급했다.
금의환향한 소감을 묻자 안재용은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그는 "공항에 입국할 때 뜻하지 않은 환대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부끄러웠다"며 "한국 관객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첫 공연에 임했다.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공연이 끝나자 한 꼬마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지만 울었다'며 사인을 해달라더라. 남은 공연에서도 제가 느낀 감정을 잘 전달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요 감독은 그런 안재용을 뿌듯하게 바라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재용이 3년 전 내게 처음 왔어요. 편도 비행기로 모나코에 왔대요. 미친 거죠!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래, 뽑을게' 했어요. 재용은 어릴 적 내가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무용수가 되고 싶었대요. 발레를 늦게 시작했는데도(안재용은 16세에 발레에 입문했다)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3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됐어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이지 않나요."
몬테카를로발레단은 오는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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