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성인대상 2개월 간 열려…폐지 청원에 10만명 돌파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한 관람객이 호랑이에게 맥주를 붓는다. 다른 관람객은 입은 옷을 찢더니 펭귄 우리로 진입을 시도한다. 요란한 노랫소리와 술이 동물원에 넘쳐난다.
이는 2014년 영국 런던동물원의 '야간 개장'(Zoo Nights) 행사 때 벌어진 일이다.
여름마다 돌아오는 런던동물원의 야간 개장 행사 때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며 동물 복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동물원은 매년 여름 약 2달 동안 매주 금요일 밤 성인들만 입장 가능한 야간 개장 행사를 연다. 올해 행사는 지난 7일 개막했고, 다음 달 26일까지 8주간 열린다.
동물원은 폐장시간 이후에 "동물의 왕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기회"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야간개장한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동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 가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동물원은 최소 20 파운드(약 3만원)인 입장권을 판매해 지난 2017년부터 100만 파운드(약 15억원)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동물원은 이 수익금을 불법 야생동물 거래와 플라스틱 환경오염 대응 등 전 세계 환경보호 사업에 후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술과 음악이 동반된 축제 같은 분위기의 야간 개장이 동물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행사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 영국지부의 간부 조르디 카사미차나는 런던동물원이 "동물 복지보다 수익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것(야간 개장)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이라는 건 자명하다"며 "이런 행사는 반드시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올해의 첫 야간 개장 행사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런 논란과 관련, 착잡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동물원을 두 번째 찾았다는 대니얼 우드(25)는 행사에 대해 큰 걱정은 없다면서도 곳곳에 놓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대해 "꽤 시끄러운데, 사자가 두아 리파(미국 팝스타) 노래를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동물복지학 도널드 브룸 명예교수는 동물원 야간 개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좋지만, 행사가 음악을 끄는 식으로 "동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물들에게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보지 않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며 동물원 측이 동물들에 접근하려 하는 관람객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물원 입구 앞에서는 십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입장객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반복해 외쳤다. "갇혀 있는 건 매력적이지 않다"(Captivity is not captivating)라고 쓴 팻말을 든 이들도 있었다.
런던동물원 야간 개장 행사를 취소해 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에는 이날 기준으로 1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에는 이 동물원의 야간 개장 관련 문제가 이미 2014년 영국 일간 가디언의 탐사보도로 제기됐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해당 보도 이후 런던 당국은 조사에 나섰으나 동물 복지법 위반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
논란이 일자 런던동물원은 성명을 내고 야간 개장 반대 여론이 몇 년 전에 나온 "매우 자극적인" 보도의 결과라고 평가절하했다. 청원도 "잘 모르고" 이뤄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동물원 측은 "관람객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우리 안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며 "야간 개장은 동물원이 운영하는 다른 모든 행사처럼 우리 동물들이 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 신중하게 계획된 행사"라고 해명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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