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빅 경기도 분도론] ③ 공염불 32년…성공열쇠는 '국가적 담론화'

입력 2019-06-16 09:00   수정 2019-06-16 09:25

[투빅 경기도 분도론] ③ 공염불 32년…성공열쇠는 '국가적 담론화'
선거 때 경기북부 요구로 단골 이슈로 등장
역대 지사 반대·시기상조론 등에 막혀 무산
관련 법안 국회서 잠잠…정부·지사 의지 중요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경기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분도론이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강 이북 10개 시·군을 경기도에서 분리해 별도의 광역자치단체를 만들자는 논의는 1987년 이래 선거철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특히 경기북부 정치권에서 선거 이슈로 제기해왔으나 정치적 합의 실패로 번번이 추진이 좌절됐다.
지방분권 시대와 균형발전, 다가올 남북협력 시대에 맞춰 대비하려면 분도가 필요하다는 게 분도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역대 도지사들의 강한 거부감, 시기상조론에 더해 경기남부지역의 무관심이나 반대 등에 막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여전히 분도에 대한 찬반론이 양립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애드벌룬을 띄운 분도 논의가 이번에는 현실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선거 때 반짝하고 흐지부지 악순환
분도론의 역사는 32년 전인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3대 대선을 앞둔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5년 뒤인 1992년 대선 때는 김영삼 후보자가 약속했지만, 공약(空約)에 그쳤다.
이후 잠잠하던 분도론은 2000년대 들어 총선용으로 다시 나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탄핵 열풍 속에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맞붙은 2004년 17대 총선에는 여야 모두 경기도 분도를 공약했다.
당시 한나라당 홍문종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기한 만료로 폐기됐고, 비슷한 시기 열린우리당 문희상·정성호 의원 등으로 구성된 경기북부발전기획단이 경기북도 신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지사의 거부감, 분도에 따른 재정 부담과 행정 혼란, 경기남부지역의 반대 등을 이유로 매번 추진이 무산됐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분도 논의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화통일 특별도'라는 명칭으로 다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섰고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나왔다.
2017년 5월에는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계기로 경기북부 기초의원들의 촉구 결의안이 잇따르는 등 분도 기대감을 높였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안설명까지 진행됐지만, 법안 소위원회에는 아직 상정되지 않았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전망이 밝지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17년 9월 당시 법안 검토 보고서에서 행정안전부는 '다른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 '경기도는 '도민의 협력·단결 저해' 등을 이유로 분도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에는 문희상 현 국회의장 등 여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27명이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이 법안 역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 관련 법안 처리 더뎌…도지사 의지 중요
분도 찬성론자들은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의 부정적인 입장이 분도 법안 처리를 더디게 하는 이유로 꼽는다.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분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김문수 전 지사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쪼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경기·인천을 합친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전 지사도 비슷한 개념의 '광역서울도'를 주장했다.
분도 찬성론자 상당수는 "여야를 떠나 경기북부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 대다수가 분도를 원하는데 안 되는 것은 현직 도지사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도지사는 분도를 선언하는 순간 영향력과 정치 권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임기 중에 함부로 분도 얘기를 안 한다는 것이다.
현직 이재명 지사도 반대는 아닌데 임기 중 서두르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분도가 어려운 것으로 진단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가 지속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단계적 분도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지사 측은 "분도는 현 상태에서 북부지역의 재정자립도나 기반시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어 분도에 앞서 북부지역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정책적 배려를 통해 남부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북부가 독자적으로 성장, 발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지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 국가의제로 추진하면 실현 가능성 ↑
허훈 대진대학교 공공인재대학 학장은 "분도가 되려면 국회에서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도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해야 할 텐데 도지사는 재임 중이라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분도 논의를 앞으로는 국가의제로 전환, '메가 이슈'로 추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정부가 경기 분도를 국가 의제로 추진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제주도특별자치도나 세종특별자치시가 국가 의제로 추진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허 학장은 "그동안 분도 논의는 키를 쥐고 있는 도지사의 반대로 확산하지 못했는데 이번 정부는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기북부에서 한 유세에서 경기북부는 평화통일 특별자치도로 분도돼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며 "이런 약속이 실천되면 경기북부가 평화통일 교두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기(민주·의정부4)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분도를 도민 전체 투표에 부치면 남부지역 인구가 더 많아 불가능하고, 도의회 투표 역시 142명의 전체의원 중 북부 의원이 30여명에 불과해 통과 가능성이 작다"며 "결국 중앙정부와 도지사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도 "행정안전부가 지역 의견을 받아 입안하고 국회가 의결하면 분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재정운영, 실권 등을 가진 도지사의 적극적인 성의 내지는 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 시장은 "그렇지 않으면 또 쳇바퀴 돌 듯하고 말 것"이라며 "지루하고 멀더라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열망이 있는 만큼 자꾸 모여 토론하고 당위성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것과 관련해 김성원 의원실 관계자는 "분도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의 제안설명까지 진행된 이후 별 움직임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법안 처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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