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FIFA 대회 사상 첫 우승 멤버들 "세계의 벽 높지만, 부딪칠 것"

입력 2019-06-17 08:03  

[여자월드컵] FIFA 대회 사상 첫 우승 멤버들 "세계의 벽 높지만, 부딪칠 것"
"응원에 감사한 마음 표현 위해서라도"…노르웨이전 앞두고 굳은 결의


(랭스[프랑스]=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9년 6월 '정정용호'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 올라 준우승하는 역사를 이루기 전, 이미 한국은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라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적이 있는 나라다.
2010년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태극 소녀'들이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9년이 지나 프랑스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에는 당시 멤버 4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수비수 장슬기(25), 미드필더 이소담(25·이상 인천 현대제철), 공격수 이금민(25·경주 한수원), 여민지(26·수원도시공사)다. 장슬기와 여민지는 생애 첫 성인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8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랭스에서 열릴 노르웨이와의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앞두고 만난 '과거의 챔피언'들은 이번 월드컵 초반 2연패를 당하며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금민은 "대회 전 영상으로 봤을 때부터 프랑스는 강해 보였고, 그대로였다. 걱정했던 대로 힘도 좋고 발도 좋고 완벽하더라"면서 "4년 전보다 더 발전한 모습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축구를 할 수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또 "4년 전보다 지금 벽이 더 높아졌다는 생각에 무기력감과 실망감도 느껴졌다"고도 했다.
이금민과 더불어 두 번째 월드컵에 나선 이소담도 "4년 전보다 좀 더 멀어진 것 같다. 우리는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0 여자 U-20 월드컵 3위 등 청소년 레벨에서의 선전이 성인 무대로 이어지지 않는 데 대해 선수들의 의견은 복합적이다.
U-17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인 '골든볼'과 득점왕인 '골든슈'를 모두 가져갔던 여민지는 "아무래도 체구가 작은 것을 무시할 수 없는데, 기술이나 경기 운영에서도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금민은 "기량 차가 큰 것은 인정하지만, 강팀에 맞대응하려면 조직력도 중요하다"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4년 뒤면 이들이 지금의 지소연(28·첼시), 조소현(31·웨스트햄)처럼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이번 월드컵의 경험을 약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장슬기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리그도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민지는 "이렇게 나와서 부딪칠 때면 여러 깨달음을 얻지만, 돌아가면 국내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자극을 자주 느끼게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소담도 "작은 WK리그 안에서만 부딪치니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이기면 끝일 때가 많다"면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일단 많이 부딪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이번 월드컵이 끝난 건 아니다. 16강 가능성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다만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워지더라도 노르웨이전 승리로 한국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꼭 보여주고 싶다는 게 이들의 마음이다.
장슬기는 "아직 우리의 것을 못 보여드렸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소담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아니냐"며 "오기 전에 출정식도 열어 주시고 응원을 많이 받았는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승리로 보답을 하고 싶다. 이 악물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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