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충분한 설명 없어…의회, 해외사업자 통신업 진출 허용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에티오피아에서 며칠째 휴대전화 메시지 기능과 인터넷 연결이 안 돼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휴대전화 메시지 기능은 지난 13일부터 차단됐고, 11일부터 시작된 인터넷 차단도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텔레그램도 접속이 안 되고 있다.
BBC는 에티오피아의 통신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국영 업체 '에티오 텔레콤'에 통신 차단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이 업체는 답변을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통신 서비스 봉쇄가 며칠간 전국적으로 치르는 시험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학생 4명이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사실이 지난 12일 언론에 보도된 데다 2016년과 2017년 시험지 유출을 막기 위해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시지 차단이 시험과 관련됐다면 시험이 없었던 주말(15∼16일)에는 기능이 복구돼야 하지만 여전히 먹통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해당 시험은 오는 18일 종료된다.
여기에 지난해 집권한 개혁 성향의 아비 아메드 총리 정권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전 정권의 '악습'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부정 선거 논란이 벌어지면서 반(反)정부 시위가 잇따르자 당국은 휴대전화 메시지 기능을 2년간 차단한 바 있다.
이 같은 메시지·인터넷 먹통은 일상적 불편뿐 아니라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BBC는 진단했다.
인터넷 접근에 대한 자유를 감시하는 단체인 '네블록스'는 에티오피아의 인터넷 차단에 따른 손실은 하루에 최소 450만 달러(약 53억4천만원)에 달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티오피아 의회는 지난 13일 통신 서비스 분야에 해외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국적 통신 기업이 연말까지 사업권을 받을 것으로 보여 에티오 텔레콤의 독점 체제도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1억명이 넘는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 시장 중 하나로, 사파리콤, MTN 그룹, 오렌지, 보다폰 등 다국적 기업이 벌써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티오피아 출신 투자자인 제메데네 네가투 '페어팩스 아프리카 펀드' 의장은 "통신 분야의 자유화는 통신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기술, 교육, 제조, 금융 등 모든 분야가 경쟁력 있고 효율적이며 세계 수준의 통신 생태계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BBC는 외국 자본의 진입을 허용한 새 통신법의 성공 여부는 독립적인 규제 기관의 설립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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