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정 교수 "청구권 자금으로 성장한 기업에 이익환원 책무"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해 일본 기업뿐 아니라 청구권 자금의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19일 세종연구소의 간행물 '정세와 정책' 2019년 제8호에 실은 글에서 "피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청구권 자금으로 성장한 기업이 그 이익을 국가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남 교수는 "우리 정부가 주도하고 청구권 자금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과 일본의 강제동원 기업이 참가하는 방식"의 재단 설립이 당장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 일본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5억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받았다. 이 자금의 일부가 포항제철소 등 일부 기업에 지원됐는데 이들 기업도 도울 책무가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남 교수는 재단을 설립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 '1965년 체제'에 대한 한일 인식차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1910년 강제병합조약 등 식민지배로 이어진 과거의 한일조약이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원천적으로 무효가 됐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 조약이 원래 합법적이고 유효했으나 1948년 한국 정부 수립으로 무효가 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과거 한일조약을 불법으로 인정할 경우 배상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다.
한국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1965년 청구권협정이 양국 간 합법적 관계에서 발생한 청구권을 제한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처럼 불법적 관계에서 발생한 청구권은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남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결단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1910년 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한국이) 일본에 더 이상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을 제시했다.
일본이 불법성을 인정하면 1965년 청구권 자금을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에 대한 법적 배상금으로 해석할 수 있고,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일본이 지불한 10억엔도 법적 배상의 성격을 획득하게 된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이 일본의 중재 요구를 받아들여 중재 과정에서 청구권협정이 식민지 지배 시기 일본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보상을 약속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본조약의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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