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후 3년 지났지만…브렉시트는 여전히 미완성

입력 2019-06-22 06:01  

국민투표 후 3년 지났지만…브렉시트는 여전히 미완성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당초 예정일에서 두 차례 연기
英 신임 총리와 EU와의 논의 결과 따라 브렉시트 운명 갈릴 듯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3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1일(현지시간) 만난 영국인 앨리야(38)씨는 집권 보수당 당대표 경선 과정을 보면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그녀는 "TV 토론에 나온 보수당 대표 경선 후보 중 그 누구도 이 나라의 총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이들에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유력한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존슨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온 만큼 총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P 통신은 최근 기사에서 영국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인 존슨이 거짓말 등으로 논란을 불러온 사례를 정리했다.
존슨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1987년 일간 더타임스의 수습기자로 채용됐다.
존슨은 그러나 에드워드 2세와 관련한 기사에서 인용구를 지어냈다가 발각되면서 해고됐다.
하원의원이었던 2004년에는 혼외정사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가 보수당 예비내각 자리에서 쫓겨났다.
당시 둘째 부인과 결혼한 상태였던 존슨은 자신이 4년 동안 불륜관계를 지속했다는 대중지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다른 영국인 닉(40)씨는 브렉시트(Brexit)에 관한 생각을 묻자 "그냥 모두가 미쳤다. 3년이나 지났는데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치인들이 무척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앨리야씨와 닉씨의 발언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신물이 난 일반 영국 국민의 정서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당시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천650만 명 중 72.2%가 참가해 51.9%인 1천740만명이 'EU 탈퇴'에, 48.1%인 1천610만명이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비록 근소한 차이였지만 영국 국민의 뜻이 EU 탈퇴에 무게를 더 둔 만큼 정치권은 브렉시트를 단행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응하는 것이자 정치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새롭게 총리 자리에 오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017년 3월 29일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지난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키로 예정돼 있었다.
메이 총리는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총리에 오르자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며 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굴곡은 있었지만 영국은 브렉시트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EU와의 치열한 협상 끝에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년 5개월(29개월), 양측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 5개월(1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협상을 마무리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크게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브렉시트 이후 진행될 미래관계 협상의 기본토대에 관한 것들이 포함됐다.
문제는 EU와의 협상이 아닌 내부에 있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노동당 등 야당은 물론, 여당인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해 온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이같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두 차례 부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메이 총리는 이중 EU 탈퇴협정만 따로 떼내 또다시 하원 표결에 부쳤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예정됐던 3월 29일이 다가오면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자 메이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시점 연기를 요청했다.
EU가 브렉시트 시기를 4월 12일(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시) 또는 5월 22일(합의안 통과시)로 연기하는 방안을 수정 승인하면서 영국은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지속, 다시 '노 딜' 가능성이 커지자 EU는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브렉시트를 오는 10월 31일까지 추가 연기했다.
이로 인해 국민투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은 여전히 EU 회원국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10월 31일까지는 아직 4개월 이상이 남아있지만, 이때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잇따라 부결된 데 책임을 지고 메이 총리가 사퇴를 결정하면서 집권 보수당은 후임 당대표 선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대표는 자동으로 메이 총리의 총리직을 승계하는데, 오는 7월 22일 시작하는 주에 정식 발표될 예정이다.
메이 총리의 사퇴 발표 이후 중단된 EU와의 브렉시트 논의가 그때까지 재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인 존슨이 '노 딜'도 불사하겠다는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점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존슨은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을 추진한 뒤 실패할 경우 10월 31일 무조건 EU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EU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의 재협상은 물론,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20∼21일 열린 EU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차기 영국 총리가 누가 되든지 관계없이 영국과 이미 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재협상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작년 11월 서명한 브렉시트 합의문은 "타결 가능한 최선의 합의"라며 브렉시트 재협상을 주장하는 존슨이 차기 영국 총리로 선출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고 밝혔다.
영국 신임 총리와 EU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마이 웨이'를 고집해 충돌할 경우 영국과 EU에 모두 손상을 가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 새 총리가 취임하더라도 여름 휴회기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브렉시트 해법을 찾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2∼3개월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총리는 이 기간에 영국 정치권 내부의 분열을 수습하는 한편, EU를 브렉시트 재협상 자리로 끌어내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다.
과연 영국이 비록 예정보다는 늦었지만 10월 31일 합의 하에 EU를 떠날 수 있을지, 아니면 무질서한 브렉시트를 할지, 여전히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영국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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