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공산군 영혼 함께 위로하는 호국 금강사

입력 2019-06-24 11:20   수정 2019-06-24 13:51

유엔군·공산군 영혼 함께 위로하는 호국 금강사
중부전선 조계종 군종, 매년 6월 25일 전쟁 희생자 위로 종교의식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편협한 생각은 갈등과 분쟁을 반복시킬 뿐입니다."
한국전쟁 휴전 협정 직전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중부전선에서 30년 넘게 유엔군과 공산군의 영혼을 함께 위로하는 군 법당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육군 5군단 호국 금강사는 매년 6월 25일 참전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군승들은 불교 의식을 열어 위패를 들고 탑을 돌며 영혼을 위로하는데, 위패에는 유엔 참전국 16개 국가뿐만 아니라 적군이었던 북한군과 중공군, 소련군도 포함돼 있다.

24일 호국 금강사에 따르면 이 천도 의식의 기원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밀운 스님은 불교 국가 스리랑카에 국빈으로 초청 방문했다가 돌아오면서 사리를 받아왔다.
부처나 성자의 유골을 뜻하는 사리는 불교계에서는 매우 귀한 종교 의식물이다.
그는 이 사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6·25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사리 탑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밀운 스님 역시 전쟁 당시 국군이었으며 중사로 전역 후 출가한 참전용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부금을 모으며 전쟁 막바지까지 치열한 전투가 많았던 중부전선 철원 일대에 부지를 물색했다.
때마침 5군단의 도움으로 1984년 호국 금강사의 탑과 법당을 완성했다.
이후 현재까지 매년 6월 25일 유엔군과 공산군의 위패를 함께 모시며 위령제를 열고 있다.
유엔군과 공산군의 위패를 모두 모시고 진행하는 1부 불교 의식과 유엔군의 위패만 모시고 진행하는 2부 추모의식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1980년대 최전방 군단에 공산군의 위패도 함께 있다 보니 크고 작은 불협화음들이 발생했다.
일부 지휘관들은 이념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참석을 하지 않기도 했다.
부대 행사가 아니라 종교 행사라는 이유로 행사 지원이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러나 호국 금강사는 매년 이념의 경계 없이 전쟁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는 의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
혜문 장세훈 법사(45)는 "불교 시각에서는 우리의 원혼뿐만 아니라 이 땅에 남아 있는 적국의 원혼도 위로해야 현재와 미래가 좋아진다고 여긴다"며 "편협한 생각은 갈등과 분쟁을 반복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호국 금강사의 36회 위령제는 올해도 6월 25일에 열릴 예정이다.
andphoto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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