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성훈 인천교육감 "사고 터지더라도 뒷북 행정은 막을 것"

입력 2019-06-25 08:05  

[인터뷰] 도성훈 인천교육감 "사고 터지더라도 뒷북 행정은 막을 것"
"스쿨미투·학교 폭력에 무력감…지역사회 네트워킹이 중요"
"학교를 민주적 공동체로…학교인권조례 제정 추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는 없지만, 문제가 일어났을 때 최대한 빨리 원상복구 하기 위한 대응 체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대책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적 파장이 큰 대형 사고가 일어날 경우 '뒷북 행정'을 막을 수 있도록 사고현장 원스톱지원팀도 최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도 교육감은 '삶의 힘이 자라는 우리 인천 교육'이라는 비전 아래 학교를 민주적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12곳 학교로 확산한 스쿨 미투와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등 교육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이같은 과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았다.

다음은 도 교육감과 일문일답.

-- 취임 후 1년을 맞이하며 손꼽는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사실상 올해는 무상교육을 꽃 피운 '원년'이다. 인천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35만5천158명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중·고등학교 신입생 모두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무상교육은 인천이 전국 최초다. 무상교육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바탕인 만큼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
교육 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도 성과 중 하나다.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원도심 학교 109곳을 지원하고 과소학급 개선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경비보조금이 따로 없는 동구와 옹진군에는 10억원을 따로 지원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아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스쿨 미투나 학교 폭력, 학생들의 자살 문제는 아쉽다기보다 무력감이 컸다. 학교 폭력과 자살 문제는 우리 교육청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어서다. 교육청도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한 8대 대책을 내고 여러 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무엇보다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가 비폭력적인데 학교만 폭력적일 수는 없다. 사회 구조에 모순이 없고 안정돼 있는데 학생들이 자살할 일도 없다.
이 때문에 교육감으로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시민들에게 계속해서 정책 협조에 대해 요청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네 반상회보에 생명 존중에 대한 자료를 실어달라고 해 이달부터 관련 내용이 나가기도 했다. 앞으로도 학교 폭력과 자살 문제에 대해선 시민들께서도 힘을 모아주셨으면 한다.
-- 하반기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은.
▲ 올해는 '민주적 공동체로 성장하는 학교'를 만드는 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학교 구성원이 옛날보다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교육감 소속 직종이 39개나 될 정도다. 이처럼 방대한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협력하려면 서로 간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올해 하반기 학교인권조례를 만들 계획이다. 이전에 다른 시·도교육청에선 권력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거꾸로 균형을 잡아보자는 뜻이었는데 이걸 학생 인권과 교권의 충돌로 몰아가는 여론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인천에선 학교인권조례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조례 제정은 과정이지 목표가 아니다. 법이 있어도 사문화된 조항이 얼마나 많나. 조례가 만들어져서 잘 존속하려면 그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숙의를 거쳐서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학교인권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선 학교와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교육청 차원의 대책은.
▲ 5월 31일 적수 피해를 인지한 뒤 바로 전수 조사를 지시하고 3일부터는 급식 중단 조치를 했다. 식품비가 원래 2천400원인데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체급식을 하게 되니까 이 돈으로 아이들이 먹을 게 마땅치가 않았다. 예비비 7억7천만원 정도를 빼서 학생 1명당 2천원씩을 추가로 지원했다. 지금은 다행히 대다수 학교가 생수와 급수차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급식을 하고 있지만 현장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에도 10억원의 지원을 추가로 요청해 둔 상태다.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 다만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얼마나 빨리 원상복구 할지에 대한 대응 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 전 송도에서 아이 2명이 숨진 교통사고가 있었고 뒤이어 적수 사태까지 터졌다. 이런저런 사고를 겪으면서 '뒷북 행정'을 안 하려면 확실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청 차원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바로 현장에 달려가는 '사고현장 원스톱지원팀'을 최근 만들었다. 안전총괄과가 총지휘하고 사안에 따라 담당 팀이 지원팀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팀이 있으면 상황 파악에서 대응까지 원스톱으로 갈 수 있다. 사안별로 대응 지침을 정리한 매뉴얼 책자도 만들 계획이다. 업무 핑퐁도 없앨 수 있고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문턱이 높아 신도시 학교 신설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지.
▲ 학교 신설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올해 1차 정기 교육부 중투심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 검단·영종·청라 지역 초·중·고등학교 4곳은 2차 정기 심사에 재심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신도시 개발이 활발한 인천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심사 요건 완화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학생 수를 보다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학령인구 유발률을 적용한 통계청 빅데이터도 활용할 계획이다.
-- 지난해 스쿨 미투 사건이 이어진 가운데 인천에서도 12개 학교에서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학교 성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대책이 있다면.
▲ 잇따른 스쿨 미투 사건에 대해 교육 수장으로서 깊은 책무감을 느낀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잘못된 성 인식이 누적되면서 일선 학교도 그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달리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힘과 인식이 생기면서 터져 나온 게 스쿨 미투다. 교내의 변화를 시대가 뒤쫓아가지 못한 케이스다.
성폭력 없는 학교를 실현하려면 첫째로는 시스템을 바꾸고 둘째로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시교육청은 스쿨 미투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고 조직을 개편해 성인식 개선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가해 교원에게는 재발 방지 교육 상담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 사업보다도 교육 과정 속에서 성 평등을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학생 자치나 활동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주적인 조직 문화 아래 성 평등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 학생 스스로 스쿨미투와 관련한 캠페인과 토론회를 기획할 수 있게 지원하고 건강한 학교 성 문화 조성을 위한 주간도 운영할 계획이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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