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침체 터널 벗어나나…중동 등 수주 낭보 잇달아

입력 2019-06-25 10:41  

해외건설 침체 터널 벗어나나…중동 등 수주 낭보 잇달아
현대건설 3조2천억원 사우디 마르잔 가스공사 이달 말 수주 유력
유가 상승에 플랜트 발주 증가…올해 350억달러 목표 달성 기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까지 극심한 부진을 보인 해외건설 시장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플랜트 공장 발주가 늘면서 우리 건설사의 수주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굵직한 대형 공사 수주가 차질없이 이뤄지면 올해 수주 목표인 350억달러(약 40조4천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 '최악' 해외건설 수주, 이달 말부터 중동발 낭보 기대
해외건설 수주액은 최근 3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0년 한때 716억달러(82조6천억원)에 달했던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은 2014년까지 600억∼660억달러의 안정적인 수주고를 올렸으나 저유가 등의 여파로 2016년 282억달러, 2017년 290억달러로 쪼그라들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수주액이 321억달러로 다소 늘긴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도 현재까지는 처참한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망에 공개된 6월 25일 현재 수주액은 총 94억1천877억달러로 1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작년 동기간 수주액인 172억6천635만6천달러 대비 55%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지난달 현대건설[000720]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24억5천만달러(2조9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해수공급시설 공사와 이달 초 SK건설이 영국에서 수주한 12억7천445만4천달러(1조4천752억원) 규모의 실버타운 터널 공사가 빠져 있다.
쌍용건설이 지난달 말 두바이와 적도기니에서 수주한 3억6천500만달러(4천200억원) 규모의 레지던스와 공항공사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공사를 포함해도 작년 수준을 밑돌기는 하지만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달 말부터 초대형 공사 수주가 추가로 예정돼 있어서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마르잔 필드 가스공사의 수주가 유력하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확정 통지만 남겨놓고 있으며 26일로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일정에 맞춰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5개 패키지 중 2개 패키지, 총수주액은 28억달러(약 3조2천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7억달러 규모의 알제리 발전소 수주도 가시권에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연초부터 지연된 중동지역의 대형 공사 수주가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터질 것으로 보인다"며 "7월 정도면 작년 수준의 수주잔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계는 올해 중동지역에서만 100억달러 내외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중동 산유국과 다국적 에너지 기업의 대형 발주공사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들의 탈석유 정책으로 종전의 석유화학플랜트 대신 가스플랜트 등 대체 에너지 생산 시설 확충이 활발해진 것이 종전 발주 내용과 달라진 점이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특히 올해 이라크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라크 정세가 안정되고 정부 재정이 탄탄해지면서 국가 재건을 위한 발주가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들도 최근 이라크에 임원급 수주 담당을 급파하는 등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종전 수주 지역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비롯해 이라크에서도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며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는 여전히 밀리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건설은 우리 건설사가 경쟁력 우위에 있어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초대형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이란의 경제제재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고, 올해 공사 재개와 신규 수주가 예상됐던 리비아의 정국이 내전 등으로 다시 불안해진 것은 악재로 꼽힌다.


◇ 유럽·기본설계 등으로 시장 다각화…350억달러 수주도 가능할 듯
그간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부진했던 서유럽에서도 최근 수주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SK건설이 지난달 수주한 영국 실버타운 터널 사업은 영국 런던 템스강 하부를 통과하는 하저 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영국·스페인·네덜란드 등 다국적 컨소시엄이 따내 SK건설의 단독 수주는 아니지만 국내 건설사가 서유럽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가 주력해온 설계·조달·시공 일괄 EPC 공사 수주를 벗어나 최근 고부가가치 영역인 기본 설계(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수주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서 메탄올 플랜트 기본설계를 수주한 데 이어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도 러시아에서 메탄올 플랜트 기본설계를 수주했다.
SK건설은 이달 18일 벨기에 앤트워프 석유화학단지에 PDH 플랜트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를 따냈다.
사업의 근간이 되는 기본설계 단계부터 수주할 경우 EPC 공사까지 우리 건설사가 추가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기본설계 수주 증가는 국내 건설 수준이 선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수주는 최근 수주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집계된 올해 아시아 지역 공사 수주액은 56억7천735억6천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60%를 차지한다.
삼성물산[028260]은 지난 24일 베트남에서 티바이(Thi Vai) LNG 터미널 공사를 1억7천950만달러(한화 약 2085억원)에 수주했고, 조만간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추세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인 350억달러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건설이 지난 3년간의 침체를 터널을 지나 올해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예년 수준의 성장은 어렵겠지만 바닥 탈출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건설 부진 탈출을 위해 올해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출범과 함께 올해 초에는 공공기관·민간기업과 해외인프라 사업 수주를 위한 '팀코리아' 체제를 가동해 해외투자개발형 사업 수주 지원에 나섰다.
이달 말쯤에는 3조원 규모의 글로벌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펀드(PIS펀드) 조성 협약도 추진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공사 발주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