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적폐' 지목된 키코 해법 나올까…금융당국은 난감

입력 2019-06-30 07:11  

'3대 적폐' 지목된 키코 해법 나올까…금융당국은 난감
배상 권고, 은행의 '선의' 바랄 뿐…수용하면 추가 배상이 부담
금감원장, 사기→불완전판매 선회…"공정하다"던 소보처장은 제척돼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성서호 기자 =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을 구제할 방안이 다음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시된다.
은행들이 손실액의 20∼30%를 배상하라는 권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분조위 권고는 양측이 수용해야 성립한다. 기업들은 받아들이겠지만, 은행들은 거부할 소지가 있다.
금감원으로선 내심 은행들의 '선의'를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은행들로선 추가 분쟁조정이 들어와 배상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 잠잠한 듯하던 키코 문제가 재조명된 건 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키코 사건을 '금융 3대 적폐'로 규정하면서다.
당시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키코 사건과 최순실의 하나은행 인사개입, 신한 사태와 '남산 3억원' 의혹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발생했던 3개 사건을 지목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적폐를 바로잡겠다는 취지 아래 외부 인사들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윤석헌 교수가 현재 금감원장이다.
혁신위는 2017년 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융회사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와 함께 키코 피해 구제를 혁신안으로 내놨다.
당시 혁신위는 "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한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경우 재조사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 및 재발방지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해당 문구는 윤석헌 혁신위원장이 직접 집필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는 애초 이들 혁신안에 난색을 보였지만, 여권의 압박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5월 금융위·금감원 등은 기업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분쟁조정을 통한 해결을 다짐했다.
이어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고른 4개 기업, 즉 금감원에 민원을 내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기업들이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 기간 금감원의 재조사 끝에 내려질 결론은 일부 배상이 유력하다. 키코는 사기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은행들의 설명이 불충분한 경우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학자 시절부터 키코는 사기라고 주장해온 윤 금감원장도 이 대목에선 한발 물러섰다. 사기라고 고집하기 어렵다는 금감원 실무진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 권고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30일 "은행들의 '대승적 결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들로선 권고를 거부할 유인이 크다.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데다, 수용할 경우 150∼200건의 유사 사례가 잇따르고, 최대 조 단위의 배상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즉시연금 사태'처럼 은행들이 반기를 들 경우 금감원으로선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그렇다고 은행들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처럼 복잡한 기류는 금융당국 내부에서 이미 감지된다. 딜레마에 놓인 처지지만, 이를 드러내자니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은행의 탐욕'과 '중소기업의 피눈물'이라는 가·피해 프레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키코가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가 공대위 반발에 직면하자 "분쟁조정이 성립되려면 양 당사자가 받아들일 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분조위원장인 이상제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은 금융연구원 재직 시절인 2008년 10월 금감원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키코는 공정한 계약"이라고 발언했다.
이 처장은 당시 "키코는 고객의 기대 이익과 기대 손실이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키코는 그 시간과 규모가 맞으면 정확하게 헤지(환율 위험 회피)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의 발언 때문에 그는 이번 분조위에서 제척당했다. 정성웅 부원장보가 분조위원장을 대행한다. 관련 사안에 대한 증언·감정·손해사정 등을 한 경우 회피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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