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전국 석면피해자 4천명 육박…산재 인정 7% 불과"

입력 2019-07-01 10:32  

시민단체 "전국 석면피해자 4천명 육박…산재 인정 7% 불과"
"환경성 석면피해 구제, 산재보험 10∼20% 수준…차이 없애야"
피해자 3명 중 1명 충남 거주…"홍성·예산 등 석면광산 때문"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전국에 석면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이 약 4천명에 달하지만, 이 중 산업재해가 인정된 직업성 석면피해자는 7%가량인 274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1일 펴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환경성 석면피해구제 수준을 직업성 산재보험 수준으로 끌어올려 차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분석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자료와 정부가 국회 신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석면 산업재해 인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인정받은 환경성·직업성 석면피해자는 총 3천996명이었다.
이 중 환경성 석면피해자는 3천722명(93%), 직업성 석면피해자는 274명(7%)으로 나타났다.
직업성 석면피해자 비중이 매우 적은 이유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우리 사회가 직업성 석면피해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석면공장에 다녔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석면에 노출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석면건축물을 짓거나 수리·철거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건설노동자들의 석면질환피해조사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 차원에서 지붕재·천장재로 석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유독 많았고,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의 10∼20% 수준에 불과한 환경성 석면피해구제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산업계도 직업성 석면피해를 낮은 수준의 환경성 석면피해구제로 처리한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성 석면피해 인정자 3천722명 중 2천142명(58%)은 석면폐를 앓았다. 악성중피종 1천35명(28%), 석면폐암 541명(14%)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중 37%인 1천366명은 석면피해 신청 전후로 사망했다. 시민단체들은 "악성중피종암, 석면폐암과 같이 발병 후 생존 기간이 평균 1∼2년에 불과한 석면질환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직업성 석면피해자 274명의 경우 악성중피종이 92명(34%)으로 가장 많았고, 폐암 82명(30%), 석면폐증 78%(28%), 기타 22명(8%)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환경성 석면 피해 인정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충청남도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경기도 16%, 부산 14%, 서울 12%, 경남 4%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충남 홍성·예산 등지에 밀집한 석면 광산 지역의 주민들에게서 집중적인 석면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주민 상당수는 실제 석면 광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직업성·환경성 석면노출이 혼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서울 인구의 35%가량인 부산의 환경성 석면피해자가 서울보다 많은 이유에 대해서도 "1970년대 일본에서 대거 부산으로 옮겨와 세워진 석면 방직공장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직업성 석면피해로 인한 산재 인정자도 부산지역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석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관리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규모로 진행되는 학교·재건축 현장의 석면철거시 노출을 방지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도시·농촌을 가리지 않고 방치된 석면 슬레이트에 대한 안전제거조치에 나서고, 전·현직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석면 질환 검진과 산재 인정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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