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3천달러' 남아공 사파리 업체, 英서 사냥대회 판촉 논란

입력 2019-07-01 17:01   수정 2019-07-01 17:46

'기린 3천달러' 남아공 사파리 업체, 英서 사냥대회 판촉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파리 운영회사들이 영국인을 상대로 인공 번식한 동물을 사냥하는 상품을 홍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내년 2월 버밍엄에서 열리는 '대영 사냥 쇼(the Great British Shooting Show)에 다수의 남아공 사파리 업체가 참가한다.
쇼 조직위 측은 이들 사파리 운영사들이 내놓을 상품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궁극의 사파리 사냥 체험'으로 묘사해 홍보하고 있다.



운영사 중 한 곳인 움릴로 사파리는 '울타리가 처진 장소'에서 사냥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제공한다.
또 다른 사파리 운영사인 레게렐라는 인공 번식한 동물 사냥 기회를 제공한다며 기린은 3천 달러(347만원), 개코원숭이 200달러(23만원) 등 동물별 사냥 가격표도 제시했다.
코끼리나 코뿔소, 사자, 표범에 대한 사냥 가격은 요청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고 소개했다.
자연보호 활동가들은 이런 방식의 사냥을 '캔 사냥'(canned hunting)이라고 부른다.
최근 영국 사냥꾼들 사이에 단순 오락 목적의 사냥(트로피헌팅·trophy hunting)이 늘고 있는데, 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사업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사냥 반대운동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죽은 사자 가죽으로 만든 양탄자 등 최근 영국으로 수입되는 동물 노획물(박제)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영국으로 들여온 동물 사냥 전리품은 4개에 불과했지만 10여년 만에 그 수가 20개로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수입된 동물 노획물이 대부분 남아공 농장에서 사육된 동물의 잔해로 믿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캔 사냥이 합법이다. 옹호론자들은 캔 사냥이 야생 상태의 동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보존 노력을 돕고, 농촌 지역에는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사냥 반대 운동가인 에두아르도 곤살베스는 "영국은 사자 캔 사냥 붐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준다. 남아공으로 가는 사냥업체의 관점에서 영국은 이미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이 회사들이 영국 시장을 공략하는 게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Cites'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미국, 러시아, 독일과 함께 이런 사냥에 참여하는 상위 12개국 중 하나다.
2015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짐바브웨 '국민 사자' 세실(Cecil) 사냥 논란 이후 호주와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사자 사냥으로 얻은 박제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영국은 수입 금지 조처를 하지 않고 사냥 관행 개선만 촉구했다. 이후 사자 사냥 노획물 수입도 계속 늘었다.
지난 5월 영국의 환경 장관인 마이클 고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아직 전리품 수입을 금지할 때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탐험가인 레이널프 파인즈 경은 "트로피 사냥을 자연에 반하는 범죄로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3일(수요일) 정부에 사냥 노획물 수입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의회 연설도 할 예정이다.
남아공에는 3천 마리의 야생 사자가 있는 데 비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육 및 번식된 사자는 8천 마리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해 사육된 사자들이 보존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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