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탈락 위기서 수원 구한 노동건 "승부차기는 자신 있어요"

입력 2019-07-04 10:26  

FA컵 탈락 위기서 수원 구한 노동건 "승부차기는 자신 있어요"
수원, 8강에서 경주 한수원과 2-2…노동건 선방으로 승부차기 승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기뻐하기보다는 좀 차분하게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승리한 수원 삼성 골키퍼 노동건(28)의 표정은 패자 같았다.
수원은 3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경주 한수원을 간신히 넘어섰다.
두 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수원은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겨 4강에 올랐다.
선제골을 넣고도 전반 종료 직전 동점 골을 허용한 수원은 연장 전반 역전 골까지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고명석의 극적인 동점 골로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가긴 했지만, 3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실업팀을 상대로 한 경기임을 생각하면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경기를 마친 후 라커룸을 빠져나오는 수원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승부차기의 영웅'이었던 노동건도 마찬가지였다.
한수원 4명의 키커 중 3명의 슛을 막아내 수원의 4강행을 이끈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기뻐하기보다는 좀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가다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 시작 전 한수원의 서보원 감독은 "리그를 쉰 지난 한 달 동안 수원을 철저히 분석했다"며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호언장담대로 한수원은 전반 이후부터 수원과 팽팽히 맞서며 접전을 연출했다.
그라운드에서 한수원과 직접 상대한 노동건은 "상대의 수비 조직력도 좋았고 공간을 내주지 않는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며 "확실히 우리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한수원 선수들이 정말 절실하게 뛴다는 것이 느껴졌다"며 "우리도 저런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자성했다.


노동건은 20세 이하, 23세 이하 대표팀을 모두 거친 촉망받는 골키퍼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면제 혜택도 받았다.
그런 그에게도 프로 무대는 쉽지 않았다.
2014년 수원에서 데뷔한 그는 당시 팀의 주전 골키퍼였던 정성룡에게 밀려 첫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6년 정성룡이 일본으로 떠나며 출전 경기수가 늘었지만,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신임을 받지 못했다.
수원은 결국 포항 스틸러스로부터 골키퍼 신화용을 영입했고, 노동건은 포항으로 임대를 떠났다.
포항에서도 강현무에게 밀려 주전 자리를 놓친 그는 2018년 수원으로 복귀했다.
신화용의 잦은 부상으로 예상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21경기에서 골키퍼 장갑을 꼈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확실한 주전인 적이 없었던 노동건은 이번 시즌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마침내 수원의 메인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그는 리그 12경기에서 9실점만을 기록 중이다.
아직 시즌 중반이기는 하지만, 경기당 한골 이하만을 허용하는 '거미손 수비'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수원의 기둥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 FC와의 리그 경기에서는 소나기처럼 쏟아진 상대의 슈팅 27개(유효 14개)를 모두 막아내는 '선방 쇼'를 펼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도 노동건은 승부차기에서 한수원 첫 번째 키커 김운과 두 번째 김민규의 슛을 연이어 막아내 동료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노동건은 "김봉수 골키퍼 코치님과 연습이 끝난 후 종종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며 "감독님도 경기를 앞두고 노하우를 전해 주셨다"고 밝혔다.
경기도 김포의 통진고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때 상대적으로 약한 팀에 있어서 승부차기를 많이 했다"며 "토너먼트에서 준결승까지 모두 승부차기로 올라간 적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때의 경험 때문에 승부차기는 자신이 있었다"며 "오늘 경기에서도 두 번째 키커까지는 코치님 사인 없이 내가 판단해 막았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FA컵에서는 유독 K리그1 팀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수원과 같은 날 8강 경기를 치른 경남 FC는 K3리그 화성 FC에 패해 탈락했고, 강원 FC도 내셔널리그팀인 대전 코레일에 덜미를 잡혔다.
노동건은 "우리도 질뻔했기 때문에 다른 팀들의 경기력을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8강을 통과한 만큼 4강에서는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trau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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